경기·서울시·환경부 대안 마련은 뒷전 느긋
정치적부담 회피 대체지 용역결과조차 봉인
문제는 연장해도 기반공사 늦어져 사용불가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3개 시·도 시·군·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공공시설이다. 원래 2016년에 사용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 즈음 인천시는 예정대로 사용종료를 주장했지만, 서울시와 경기도의 간청으로 2025년까지 사용연장에 합의했다. 인천·경기·서울시와 환경부가 2015년 맺은 4자 협의체 합의문에 서명했다. 연장합의엔 조건이 붙었다.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되, 안되면 현 매립지의 잔여부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4자 협의체는 약속대로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2017년 후보지 물색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결과는 지난해 3월 나왔다. 그런데 용역결과는 지금까지 봉인된 상태다. 단체장들은 이심전심 후보지 공개 이후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회피했다.
이제 정치만 남았다. 인천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의 조건 없는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 자체 매립지 조성과 쓰레기 소각장 신·증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경기도·서울시와 환경부에 2015년 합의의 매립 연장 단서조항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역대 인천시장에게 수도권매립지는 정치적 종양이었다. 사용 연장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매립지 인근 청라지구의 악취 민원은 해마다 반복된다. 매립 연장 동의는 인천시장의 정치적 자살이다.
인천시의 주장대로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폐쇄되면 결과는 초등학교 산수처럼 명확하다. 갈 곳 없는 쓰레기가 발생지에 그대로 쌓인다. 소각하면 된다고? 서울시는 소각장 지을 땅도 없다. 경기도는 땅은 있지만 목숨 걸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인천시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청라소각장 증설에 국회의원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더군다나 현재 수도권의 소각장 대다수가 내구연한을 넘나들고 있다. 증설이든 신설이든 소각장들이 잇따라 멈춰서면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매립하지 못하면 수도권 시·군·구엔 합·불법적인 쓰레기 산들이 쓰레기 산맥을 이룰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총량제를 위반한 수도권 30여개 시·군·구가 5일 동안 동네에 쓰레기를 쌓아두어야 한다.
인천시가 2025년으로 못박은 예정된 대란이다. 문제는 예정된 위기를 위기로 극복하려는 경기도와 서울시, 환경부의 태도다. 느긋하다. 실제로 쓰레기 대란이 닥치면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복심인 듯하다. 이 문제가 급하다고 협의를 보채도 모자랄 판에 모르쇠로 일관한다. 앞으로 수십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도권매립지가 있는데, 쓰레기 대란으로 수도권 민심을 잃을 정권은 없다. 대란이 임박하면 정치적 결단과 타결은 불가피해진다. 최소한 경기·서울은 의도적 침묵으로 파국의 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위기에 임박해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에 극적으로 합의한다 해도, 정작 매립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쓰레기를 매립하려면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매립지 3-1 매립장은 2025년 8월에 꽉 찬다. 사용을 연장하려면 3-2 매립장 기반공사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다음 달부터는 착공이 늦어지는 만큼의 기간이 2025년 8월 이후 수도권매립지 임시폐쇄 기간이 된다.
지난 7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미래통합당 김 웅 의원은 뻔히 보이는 위기를 지적하며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면 장관을 비롯해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대란의 주범"이라고 일갈했다. 조명래 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한 4자 협의체 가동을 알리며, 수도권 지자체의 소각장 건설과 대체매립지 확보를 낙관했다. 지자체들이 한다고 하니 잘 될 것이란 맥락의 답변이었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걱정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 명이고, 장관은 여유롭다. 아무래도 쓰레기 대란은 현실이 될 모양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