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설문 '한국어교실 필요' 최다
만남 확대 '하드웨어 강화' 한목청
국토부 사업 대상지 선정 '급선무'
고려인 주민들도 '적극 동참' 의향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처럼 기존 다문화마을은 스스로 만들어지고 지자체 등이 '사후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막 고려인타운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지자체가 초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실험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르다.
연수구는 최근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도전한 함박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실험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구상이다. 국토부가 함박마을에 주목해 '다문화마을 도시재생'의 핵심사례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수구가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운영을 위탁해 올해 1월 문을 연 함박종합사회복지관은 함박마을 한국인과 고려인 주민을 대상으로 '지역주민 욕구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보고서를 보면, 원주민과 고려인·외국인 주민 모두가 원하는 것은 '소통'이었다.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 455명 가운데 가장 많은 149명(32.7%)이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려인 응답자 255명 중 가장 많은 76명(29.8%)이 한국어 교실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수구가 함박마을에 종합사회복지관을 새로 마련한 목적은 원주민과 이주민의 상생이다.
김대호 함박종합사회복지관장은 "그동안 양측이 만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갈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주민과 이주민, 각자의 단체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한목소리를 낸다면 다른 다문화마을과 달리 함박마을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남의 기회, 즉 '소프트웨어'를 확대하려면 '하드웨어'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한국인과 고려인 주민 모두 입을 모은다.
연수구의 함박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안에는 상생센터, 세계음식문화거리, 청년키움센터, 세계문화아이템제작소, 공동돌봄센터, 도시재생어울림센터 등 다문화에 초점을 맞춘 각종 마중물 조성사업이 포함돼 있다.
도시재생 뉴딜의 취지상 주민들이 직접 사업과정 전반에 참여하고, 스스로 운영해야 하므로 원주민과 이주민 간 협력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통과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연수구는 보고 있다. 물론 국토부가 함박마을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현재 계획된 함박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일반근린형) 면적은 12만1천600㎡다. 연수구는 지난해에도 함박마을을 대상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응모했다가 탈락했는데, 당시에는 올해 응모안처럼 '고려인마을'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고려인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리 빅토르(39)씨는 "연수구청이 마련한 함박마을 도시재생 설명회에 참여해서 관련 내용을 페이스북 등 커뮤니티에 공유했다"며 "그동안 한국인과 고려인이 각자 알아서 살아서 이런 게 있는지 몰랐는데, 해당 내용을 공유하니 좋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함박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여부는 올 10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함박마을이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유창수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