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저어새 떠난 수하암5
1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수하암이 텅 비어 있다. 인천의 대표적 저어새 서식지 중 하나로 알려진 수하암은 최근까지 인근에서 서식 중인 수리부엉이가 들어와 저어새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작년 남동유수지선 너구리탓 실패
올해도 외부공격 주요 번식지 위협
둘다 멸종위기종 분류돼 해법 난항
"내년 안올까 염려… 전문가 논의를
"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지난해 인천 남동유수지 번식실패에 이어 올해도 주요 번식지인 영종도 수하암에서의 번식에 크게 실패했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의 공격이 원인으로 꼽힌다. 야생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인간이 개입해야 할 문제로 봐야할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1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저어새는 올해 중구 영종도 수하암에서 40여 개의 둥지를 틀고 번식을 시도했다. 둥지에서는 약 50마리의 저어새 새끼가 태어났는데, 이중 정상적으로 성장한 건 현재 10마리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50여마리의 저어새 새끼가 정상적으로 태어나 성장했다.

번식 실패의 원인은 수리부엉이의 공격이다.

수하암 내부에 설치된 무인센서카메라에 지난달 초까지 수리부엉이가 들어온 게 확인됐다. 수리부엉이는 4월 말부터 수하암에 들어와 이때까지 저어새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저어새 떠난 수하암
수하암에 설치된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수리부엉이의 모습. /한국물새네트워크 제공

저어새의 번식기는 일반적으로 4월부터 8월 초까지다. 지난해까지는 수리부엉이가 5월 초까지만 수하암에 접근했지만, 올해는 7월까지 접근하면서 저어새의 피해가 더욱 컸다.

영종환경연합 홍소산 대표는 "수하암의 저어새 둥지가 하나둘씩 없어져 내부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수리부엉이가 포착됐다"며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는 수하암과 약 3㎞ 떨어져 있는데 서식지 인근에 먹이가 부족해져 이곳까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하암은 남동유수지, 강화도 각시바위 등과 함께 인천 내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남동유수지에 있는 저어새들이 너구리의 공격으로 번식에 크게 실패한 데 이어 올해 수하암까지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서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2018년에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조성 등의 영향으로 수하암에서 저어새 새끼가 제대로 부화하지 못하자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추가 서식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수리부엉이는 저어새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수리부엉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저어새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이미 수하암에서의 번식 실패 경험이 있는 저어새들이 이번 공격으로 내년에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봐 염려스럽다"며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관계 기관,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남동유수지는 육상 동물인 너구리의 접근을 막으면 됐지만, 수하암의 경우 하늘을 나는 수리부엉이의 접근을 막으면 자칫 저어새까지 못 날게 될 수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