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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0월 비상 계엄령과 국회 해산을 포함한 유신 헌법이 발효됐다. 지식인과 종교인, 언론인들이 저항했고, 정부는 긴급조치로 대응했다. 언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와 탄압이 자행됐다. 1974년 12월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기로 했던 회사들이 무더기로 해약했다. 광고를 채우지 못한 부분을 백지로 내보내거나 전 지면을 기사로 채웠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다.

계열사인 동아방송에도 영향을 줘 광고 없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공개녹화를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이 연속으로 폐지됐다. 방송시간마저 단축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백지광고 사태는 이후 7개월간 이어져,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시민들은 언론과 언론인이 탄압당하는 현실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발적인 격려 광고가 쇄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론을 지키자'라는 제목과 함께 지면 광고를 냈다. 물론 본인의 이름이 아닌 차명이었다. 정권은 언론의 굴종을 강요했지만 꿋꿋했고, 시민이 힘을 보탰다.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회장이 홍콩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빈과일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다.

그의 체포는 홍콩 당국이 새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인신구속 사례다.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언론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의 신호로 해석된다.

그가 체포되자 시민들은 '애국 투자'로 맞섰다. 그가 체포된 후 홍콩증시에서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지난 10일 직전 거래일 대비 183% 상승한 0.25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11일에도 급등세가 이어져 장중 50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빈과일보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길에 줄을 서는 장면도 목격됐다. 신문 발행 부수를 8배 정도 늘렸으나 전량 매진됐다. 빈과일보의 일일 발행량은 7만 부 정도지만 11일에는 55만 부를 발행했다. 시민들은 빈과일보를 사서 SNS에 릴레이 인증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의류 기업 '지오다노(Giordano)' 브랜드도 주목받는다.

시민은 권력에 맞서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언론을 응원한다. 독재와 반민주 세력에 '할 말 하는 언론'은 가장 두려운 적이다. 애국 투자로 정부에 맞선 시민들이 라이 회장을 이틀 만에 풀려나게 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