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고르는 시민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폭우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복숭아 등 일조량부족 품질저하
오렌지·망고·체리 등 '반사이익'


"시장에서 복숭아 한 박스를 샀는데 맛이 맹탕이네요. 비싸게 샀는데 버려야 할지 고민이네요."

수원에 사는 주부 이모(35)씨는 가족들의 건강을 고려해 저녁 후 간식으로 제철 과일을 종종 내놓고 있지만 최근 장마로 맛이 현저히 떨어져 아무도 손조차 대지 않아 걱정이 크다.

버리기에는 워낙 비싸게 산 터라 아깝고 그렇다고 무조건 먹으라고 하기엔 자신이 맛봐도 너무 당도가 떨어져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철 과일 대신 수입 과일로 선택지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최장 장마와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 저하 등 제철 과일의 품질이 하락하면서 수입 과일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17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13일 기준 수입 오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9.3% 증가했다. 수입 망고와 수입 체리 매출도 각각 39.4%, 33.1% 상승했다.

반면 여름철 대표 국산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20%, 10% 줄었다. 제철 과일의 상품성 저하로 장마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수입 과일 구매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과수 농가들은 수해 피해와 더불어 외면받는 제철 과일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이중고가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피해 현황과 수요·공급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