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지 탁상평가액 최대2200억원
북항 부지는 1100억 불과 '이견차'
市 예산투입땐 '특혜 역민원' 우려
재산정 나섰지만 합의 난항 예고


인천 중구 남항 인근에 있는 항운·연안아파트를 송도국제도시로 옮기는 사업이 15년째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토지를 교환해야 하는데, 토지 가격의 차이가 커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은 2018년 2월부터 인천 북항 인근 부지(서구 원창동 5만970㎡)와 해양수산부가 소유한 송도 9공구 항운·연안아파트 이주 예정 부지(5만4천550㎡)를 교환하기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항운·연안아파트 이전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인천 중구에 있는 항운·연안아파트(1천275가구)는 인근 항만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왔다. 이런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2006년 인천시가 아파트 이전 계획을 마련했지만, 10여 년 동안 표류했다.

2018년 8월부터 항운·연안아파트연합이주조합의 고충 민원을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인천시와 인천해수청 의견을 조정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북항 인근 부지와 송도 9공구 이주 예정지의 감정 평가액을 다시 산정해 달라고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에 요구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항운·연안아파트 이주 예정지에 대한 토지 감정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아 이견 조율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확한 토지 가격을 확인해야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항운·연안아파트 이주 예정지는 탁상 감정 평가액만 나온 상태다.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이 국민권익위 요구에 따라 토지감정평가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견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이 교환하려는 땅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항운·연안아파트 이전 예정지 탁상 감정 평가액은 1천800억~2천200억원 수준. 이 땅과 바꾸려는 북항 인근 부지 감정평가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1천100억원이다. 토지 가격 차이가 최대 1천1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결국, 항운·연안아파트 이전 사업은 교환 토지 차액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인천시가 자체 예산으로 차액을 부담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항운·연안아파트 주민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역(逆) 민원'이 생길 수 있다.

인천해수청은 항만 부지와 인접한 주거지역에서 항운·연안아파트와 비슷한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감정평가액이 비슷해야만 토지 교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항운·연안아파트연합이주조합 조합원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비용 부담 주체는 감정평가액이 나온 이후에 인천시, 인천해수청, 항운·연안아파트연합이주조합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