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종교인 일부 정권교체 내세워
친미반공집회·사학법 등 세력 확대
종교의 자유 방패 삼아 위법 감행
각종 행사에서 정치인들 부르기도
생존 문제, 국민이 감내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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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헌법 제20조).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을 보면서 생각한다. 종교와 정치란 무엇인가.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일부 종교의 정치참여 즉, 특정 기독교의 정치세력화가 초래한 결과다. 헌법이 정교분리를 금지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것이다. 십자군전쟁이나 마녀사냥처럼 절대성을 추구하는 종교는 이단을 내세워 타 종교를 무참히 탄압하였다. 호메이니처럼 근본주의를 내세운 신정통치는 국민들의 삶을 피폐화시켰다. 정치가 종교를 지배하거나 종교가 정치를 지배할 수 없도록 헌법이 제도적 장치를 한 이유다.

돌이켜보면 과거 권위주의나 군사정부시절에는 정교분리를 내세워 인권침해가 있어도 종교가 침묵하였다. 그러자 진보적인 종교인들이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앞장을 섰다. 그리고 그것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뿌리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보수적 종교인들 일부가 입법 활동은 물론이고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친미반공집회, 사학법 재개정, 장로대통령 만들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정치영역으로 세력을 확대하였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면서 특정 종교가 정치세력을 선도하기도 했다.

물론 독일의 기민당처럼 종교를 바탕으로 한 정당도 있고, 영국과 스페인처럼 형식적으로 국교를 인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한국은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부 종교가 구체적으로 정당화한 경험도 있다. 평화통일가정당이나 기독자유통일당 등이 그것이다. 정치에 참여하는 종교들은 자신들의 교리에 기초한 종교국가건설을 내세운다. '하느님의 나라를 만드는 것'을 창당목적으로 내건 정당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의 정교분리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다.

물론 종교인들도 국민으로서 정치참여를 할 수 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러나 월리스(Wallis, J.)의 지적처럼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어젠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쉽게 정당화한다. 하느님이나 신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위법을 합리화하거나 종교를 앞세운 리더들이 절대 권력으로 군림한다. 종교법이 실정법보다 우위에 있다면서 불법을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의 정치화는 종교 본연의 임무와 상반되는 신앙공동체의 부패로 이어진다. 과거 조찬기도회나 청와대 초대를 영광으로 생각하던 종교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종교행사에서 정치인들을 부른다. 신성한 성전을 오염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표를 이용한 선거마케팅을 외면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문제가 된 일부 종교행사에 정치인들이 앞장서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종교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일부 종교가 종교의 자유를 방패로 압력단체를 넘어 위법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교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이제는 정치가 표를 위해 종교인들을 거리로 내세우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특정 종교가 이익쟁취에 나서는 입법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정치권력과 신앙은 혼재되어서는 안되는 공존의 축이다. 상호간 공존과 견제를 통해 자유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종교는 인간의 영적 진리와 구원을 위해 신앙 공동체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특정 종교의 위법한 행태들이 불러온 생명의 위협과 생존의 문제들을 국민들이 감내해야할 이유가 없다. 성경에 따르면 생명의 신성함의 원천은 하느님에 있다고 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비슷하게 당신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창세 1,26)." 즉, 생명에는 하느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으며, 하느님이 창조한 비밀로부터 인간의 존엄이나 생명의 외경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 종교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에 대한 신성함을 공개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묻고 있다. 종교의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종교의 이름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치권력과 집단이익에 집착하는 일부 종교의 자성이 절실한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