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내 언론에 소개된 독일 한 의과대학의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치히 할레 의과대학 연구진이 실내 콘서트가 가능한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2천200명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모아 방역조건을 달리한 세차례 실험 콘서트를 진행했다. 첫번째는 거리두기 없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같은 상태로, 두번째는 그룹별로 지정된 출입구를 정해줬고, 세번째는 절반으로 줄인 관람객을 사방 1.5m 간격으로 앉혔다. 마스크를 착용한 자원자 전원이 추적기를 달고 형광소독제를 발라 이동 경로와 접촉 물체를 기록으로 남겼다.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댄 이 실험의 목적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마비된 이벤트 산업을, 코로나 종식 전에 재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방역행정이 아니라, 가능한 조건을 탐색하는 실험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독일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라 대형 콘서트는 계속 금지될 수도, 개최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은 대중을 설득할 근거로 정치가 아니라 과학을 선택한다.
전 국민이 수도권 팬데믹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대구 팬데믹보다 충격적인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미 두달 전 여름철 2차 대유행을 예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자가 누적되면서 큰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밝혔다. 이태원발 n차 감염자의 전국 확산과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방역지침 완화에 대한 우려였지만, 정치권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는 잊혀졌고 수도권 팬데믹의 책임자를 지목하는 손가락질만 난무한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팬데믹 원인의 전부라 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통합당 책임론의 근거는 과학이 아니라 정략이다. 집회 허가 판사를 향한 비난에도 법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과정은 면도칼에 잘려 나갔다.
2차 재난지원금을 풀어 국민을 소비현장에 내모는 것이 방역에 도움이 될지, 추석 연휴 대이동 제한은 필요한지, 정치권이 전문가들의 충고를 경청해야 할 시기다. 손가락질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갈등하는 사회야말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