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더 엘리오스' 쇼핑센터 변경
'백화점 용도로 매각' 지시 아랑곳
남동구, 심의 전 내달 '상생발전협'

옛 롯데백화점 부평점에 이어 인천점 건물도 사실상 아웃렛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 건물을 매입한 '더 엘리오스'가 담당 지자체인 인천 남동구에 쇼핑센터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3년 롯데백화점 측에 기존 백화점 용도로만 매각하라고 내린 시정 명령은 무의미해지게 됐다.

23일 인천 남동구에 따르면 남동구는 내달 1일 더 엘리오스가 신청한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 부지 쇼핑센터 건립'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한다.

협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더 엘리오스가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업체 측이 제출한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허가를 내주게 돼 있다. 더 엘리오스의 안건이 심의를 통과하면,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 건물은 쇼핑센터로 변경돼 오는 12월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 건물이 쇼핑센터로 바뀌면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건물 모두 백화점이 아닌 다른 용도로 영업하게 되는 셈이다.

'모다'가 옛 롯데백화점 부평점 건물을 매입해 지난해 8월 정식 개장한 모다백화점도 주변 상인들로부터 '무늬만 백화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규모 의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아웃렛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주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롯데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인수하자, 2013년 4월 인천·부천 지역 자사 백화점 2개를 기존 용도로 매각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는 롯데가 인천·부천 지역 백화점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롯데백화점의 독점적 지위가 발생하면 가격 인상이나 소비자 선택 폭 제한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납품 가격 인하와 입점 업체에 대한 수수료 인상 등 불공정 거래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옛 롯데백화점 건물을 매입한 모다와 더 엘리오스 등 2개사가 사실상 아웃렛 형태의 영업을 선택하면서 공정위의 시정 명령은 지켜지지 않게 됐다.

남동구 관계자는 "이달 초 공정위에 백화점 용도로 운영해야 할 의무가 더 엘리오스에 있는지 질의했으나, 아직 답이 없다"며 "관련 법상 지자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근거는 없어 공정위 답변이 나와야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