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는 걸 그분들은 더 기뻐하실 거예요."(학생)
최근 시청한 일본 드라마 '맛있는 급식'에서 교사와 학생이 급식을 먹는 방법을 두고 벌인 설전이다. 교사는 '신성한' 급식 메뉴를 변형하면 안된다는 입장인데, 학생은 그날의 급식 메뉴를 자기 취향에 따라 변형해 더 맛있는 요리로 재창조해 먹으며 맞선다.
위 설전은 학생이 고래고기 튀김과 샐러드, 빵을 그냥 먹지 않고, 빵 속을 갈라 고래 튀김과 샐러드를 넣고, 급식실 조리원에게 얻어온 타르타르 소스를 뿌려 먹으며 벌어졌다. 주인공인 이 학생은 흰우유와 딸기분말과 같은 사소한 재료도 결코 대충 넘기지 않았다.
주인공 학생은 미리 준비한 '셰이커'에 딸기 분말과 '딸기잼'을 추가해 완벽하게 섞어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교사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은 우유에 제대로 녹지 않는 딸기분말을 포크로 대충 휘저어 마셨다. 교사는 "메뉴에 없는 재료인 딸기잼을 썼다"고 지적하고, 학생은 "친구가 어제 먹다 남긴 딸기잼을 썼을 뿐이다. 급식은 좀 더 자유로워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반박한다.
주어진 학교 급식에 순응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의 기호에 맞추려는 학생에게 교사는 결국 동화된다. 급기야 둘은 선의의 '라이벌'이 돼 누가 더 창의적으로 급식을 변형하느냐를 두고 경쟁한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이 학교 급식에 채식 식단이나,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메뉴 도입 등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급식 선택권을 지키려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교육청은 시민단체 관계자, 영양교사, 환경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 급식 정책추진단'을 꾸려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한다. 시교육청의 '맛있는 급식'을 위한 시도가 꼭 성공했으면 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