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과 정강·정책 5·18민주화운동 등 적시
보수당으로 상상어려운 변화… 지지율 상승
약자·소수배려 일관성·朴 탄핵 반대 사과
진전된 역사인식 정립만이 진정성 얻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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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지난 총선의 대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강령과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적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5·18 민주 묘역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들이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이러한 현상들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통합당의 근본적 인식 전환으로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있다.

한국정치에서 친일과 반공 등에 기반한 이념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균열 중 핵심적 부분은 역시 이러한 역사인식의 차이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사에서의 진영간의 근본적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오에 가까운 대척이 종식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역사 갈등 해소를 주도하는 정당에게 궁극적으로 시민들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지난 광복절에 김원웅 광복회장의 말에는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의 표현 방식은 현상과 실체로 존재하는 대척세력을 존중함이 없이 적대를 발산했기 때문에 역사인식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갈등만을 증폭시켰다. 이를 겨냥해서 진영내의 정체성을 통한 입지강화를 의식했다면 이는 더욱 비판받을 일이다.

정치영역에서의 역사에 관한 칼날같은 대립은 시민사회의 분열로 이어진다. 그러나 상대의 주장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정치언어들이 중도에 위치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정치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그들 스스로 포획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통합당이 주도한다면 중도층은 진화된 통합당에 주목할 것이다. 중도층은 더 이상 소극적 방관자가 아니라, 정치지형을 바꾸는 적극적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변동은 이를 실감나게 한다.

통합당이 친일과 반공에서 진전된 역사인식을 보이고, 제주 4·3항쟁과 여순 사건 등에서도 당시의 국가폭력에서 비롯된 양민학살 등을 직시하고 새로운 인식을 보일 때 통합당은 이념을 초월하는 진정한 합리적 세력으로 설 수 있다.

통합당이 여권을 좌파와 독재세력, 사회주의 세력으로 치부할수록 정치적 입지는 쪼그라든다.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해서 과감한 역사인식 변화를 추동하지 못한다면 이는 전략적 사고의 부재다. 전통적 지지층을 박근혜 정권을 떠받쳤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본다면 이 존재의 정치적 효능감 부재는 탄핵과 지난 대선에서 입증됐다. 관건은 역사와 현실에 부합하는 정치적 언설을 누가 적시에 발신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유한국당의 좌파 타령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세력과 손잡은 결과는 총선에서의 참패다. 총선 이후 이러한 것들을 불식하고 변화의 단초를 보이면서 지지율은 반등했다. 물론 민주당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는 국회 입법과정과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오는 반사이익의 면을 부인할 수 없지만 결국은 통합당에 대한 기대가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간과해선 안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과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존재한다. 통합당에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후보가 될 것이다. 한국대선의 특성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단일후보가 출마한다면 인물보다는 정당이 압도적 영향을 발휘한다.

통합당이 변해야 한국정치가 바뀐다. 무력한 야당은 권력의 오만을 부추기는 공범이다. 통합당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배려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발신하고 진전된 역사인식을 보일 때 최근의 움직임들이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 5·18 특별법과 진상조사에 앞장서고 망언의 당사자들에 대해 추상같이 대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에 대해 반성하고, 탄핵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함으로써 진정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변혁은 진정성을 얻는다. 통합당은 이를 할 수 있을까. 긍정적 변화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에는 수구의 망령들이 어른거린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