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찬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지난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다.
그는 "여러분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겠지만,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미국 언론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처음 나왔다"고 평가했다. 앞선 연설에서 남편과 두 아들, 딸 티파니는 코로나를 무시하거나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그녀가 입은 군복 스타일의 카키색 의상도 주목받는다. '패션모델 출신인데 너무 평범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단아함과 절제, 결연한 의지를 담은 '패션 메시지'란 거다.
앞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부인 질 바이든의 지지 연설도 호응을 받았다. 전당대회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국민을 위로하고 질곡의 가정사를 극복한 면모를 부각했다. 그는 지난 18일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연설했다. 1990년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곳이다. 그는 "새로운 공책의 종이나 왁스칠이 된 복도의 냄새는 여기 없다. 학생들은 네모난 컴퓨터 스크린에 갇혔고 교실은 어둡기만 하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문을 닫게 된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질 여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해 활짝 웃었다. 미 언론은 대선 도전 삼수에 나선 바이든이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고 했다.
미 대선은 후보뿐 아니라 '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은 현모양처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은 뛰어난 명석함과 뛰어난 언변으로 남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미셸 오바마는 털털한 언행으로 친근한 이웃 아줌마가 됐다.
국내 정치에서 대선 후보 부인의 찬조연설은 여전히 낯설다. 선거 기간 남편을 따라다니거나 전통시장, 불우이웃 시설을 찾는 게 일상화됐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회장에서 '예비 영부인'이 대중연설에 나선 장면을 보지 못했다. 흐름 상, 차기 대선에서도 대선 후보 아내의 연설은 보기 힘들 거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