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84세의 이춘숙 씨는 몽골 고비 사막을 지나 알타이산맥으로 갔다.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그리고 중국 신장 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 고원을 지나 마침내 불교 성지 카일라스산에 도착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거나,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고통받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국말로 다정한 인사와 사탕을 건네는 이춘숙 씨의 모습을 아들 정형민 씨가 카메라에 담았다.
오는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은 두 모자의 육로 2만㎞의 여정을 따라간다.
카일라스 순례를 떠나기 전 같은 해 봄에 다녀온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모자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2014년 히말라야 순례, 2016년 미얀마 순례의 모습도 짧게 담겼다.
카메라는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바이칼 호수의 일출을 향해 어린아이처럼 달려가는 이춘숙 씨의 뒷모습을 멀찍이 떨어져 가만히 지켜본다.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정 감독은 "제가 두 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늘 혼자인 어머니를 봤다"며 "여정 속에서 어머니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뉴스를 보며 날마다 눈물짓던 이춘숙 씨는 팽목항으로 가자 했고, 정 감독은 어머니가 혈기를 못 이기고 쓰러지실까 두려운 마음에 차라리 바이칼 호수로 가자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으로 카일라스까지 가는 순례길을 계획하던 중 첫 번째 여정을 미리 앞당겨 피난을 다녀온 셈이다.
카일라스산을 눈앞에 두고 이춘숙 씨는 돌산을 덮은 얼음 계곡을 혼자서 맨몸으로 눕다시피 기어서 건넌다. 정 감독은 여전히 멀찍이서 그 모습을 담았다.
정 감독은 "어머니가 저 정도는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출발할 생각을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순례를 시작한 지 20일 만에 너무 힘들어서 돌아가자 했던 정 감독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던 어머니였다.
이춘숙 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경북 봉화 산골 마을 집 뒷산에서 쓰러진 나무를 끌고 와 장작을 패서 땔 만큼 정정했고, 정 감독은 어머니의 정신력과 의지를 믿었기에 그만큼 홀로 이겨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춘숙 씨도 체력이나 기억력이 2∼3년 사이에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하이고, 기억나지예"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감독(아들)은 얼음 만나기 전부터 그만하자고 했지만 내가 여기를 못 올라가면 내 삶은 여기서 끝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거친 삶 속에서 낙오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해내시는 모습을 이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정 감독은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중 9·11 테러를 접했고, 학자의 길이 미약하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방송 다큐멘터리 번역 일을 시작했다.
혼자서 히말라야에 다녀와 만든 '여행자' 이후 어머니와 함께한 순례길을 두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카일라스 순례는 어머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저 오래 걷고 싶었고,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먼 길을 돌아가면서도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광활한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이춘숙 씨의 마지막 소원은 인도 보드가야에 가서 빈민들에게 쌀과 담요를 나눠주는 것이고, 그 소원을 위해 노령연금을 모아왔다. 정 감독은 곧 아흔이 되는 어머니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고민하며 '소멸해가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 마지막 작품 안에 보드가야 여정이 담길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카일라스 순례를 떠나기 전 48㎏이었던 몸무게가 귀국 때 40㎏까지 줄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춘숙 씨는 "네팔 갈 때 처음 비행기 탈 때도 절대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서 보니 그 험한 길로 가는 데도 잘 가고, 잘 왔다"며 "지금이라도 간다 생각하면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긴다"고 했다. /연합뉴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거나,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고통받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국말로 다정한 인사와 사탕을 건네는 이춘숙 씨의 모습을 아들 정형민 씨가 카메라에 담았다.
오는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은 두 모자의 육로 2만㎞의 여정을 따라간다.
카일라스 순례를 떠나기 전 같은 해 봄에 다녀온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모자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2014년 히말라야 순례, 2016년 미얀마 순례의 모습도 짧게 담겼다.
카메라는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바이칼 호수의 일출을 향해 어린아이처럼 달려가는 이춘숙 씨의 뒷모습을 멀찍이 떨어져 가만히 지켜본다.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정 감독은 "제가 두 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늘 혼자인 어머니를 봤다"며 "여정 속에서 어머니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뉴스를 보며 날마다 눈물짓던 이춘숙 씨는 팽목항으로 가자 했고, 정 감독은 어머니가 혈기를 못 이기고 쓰러지실까 두려운 마음에 차라리 바이칼 호수로 가자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으로 카일라스까지 가는 순례길을 계획하던 중 첫 번째 여정을 미리 앞당겨 피난을 다녀온 셈이다.
카일라스산을 눈앞에 두고 이춘숙 씨는 돌산을 덮은 얼음 계곡을 혼자서 맨몸으로 눕다시피 기어서 건넌다. 정 감독은 여전히 멀찍이서 그 모습을 담았다.
정 감독은 "어머니가 저 정도는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출발할 생각을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순례를 시작한 지 20일 만에 너무 힘들어서 돌아가자 했던 정 감독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던 어머니였다.
이춘숙 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경북 봉화 산골 마을 집 뒷산에서 쓰러진 나무를 끌고 와 장작을 패서 땔 만큼 정정했고, 정 감독은 어머니의 정신력과 의지를 믿었기에 그만큼 홀로 이겨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춘숙 씨도 체력이나 기억력이 2∼3년 사이에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하이고, 기억나지예"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감독(아들)은 얼음 만나기 전부터 그만하자고 했지만 내가 여기를 못 올라가면 내 삶은 여기서 끝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거친 삶 속에서 낙오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해내시는 모습을 이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정 감독은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중 9·11 테러를 접했고, 학자의 길이 미약하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방송 다큐멘터리 번역 일을 시작했다.
혼자서 히말라야에 다녀와 만든 '여행자' 이후 어머니와 함께한 순례길을 두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카일라스 순례는 어머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저 오래 걷고 싶었고,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먼 길을 돌아가면서도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광활한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이춘숙 씨의 마지막 소원은 인도 보드가야에 가서 빈민들에게 쌀과 담요를 나눠주는 것이고, 그 소원을 위해 노령연금을 모아왔다. 정 감독은 곧 아흔이 되는 어머니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고민하며 '소멸해가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 마지막 작품 안에 보드가야 여정이 담길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카일라스 순례를 떠나기 전 48㎏이었던 몸무게가 귀국 때 40㎏까지 줄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춘숙 씨는 "네팔 갈 때 처음 비행기 탈 때도 절대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서 보니 그 험한 길로 가는 데도 잘 가고, 잘 왔다"며 "지금이라도 간다 생각하면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긴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