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치원 역학조사 난항 겪고도
정부 내년 예산안 항목신설서 빠져
법적 의무규정 없어 설치관리 안돼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장출혈성대장균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 수십 명의 유아들이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앓는 피해(6월 24일자 1면 보도=안산 유치원 '장출혈성대장균 집단감염' 환자 4명 추가)를 입었지만, 정작 내년 정부예산안에는 어린이집에만 보존식 기자재를 지원하는 항목을 신설하고 유치원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해당 유치원이 급식 후 반드시 남겨야 하는 보존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고 정확한 역학조사를 위해 보존식 냉동고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컸지만 정책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대응' 분야에서 '어린이집 식중독 발생 시 신속한 원인규명 등 급식안전 관리를 위한 보존식 보관 기자재 지원'을 포함했다. 총 30억원을 투입해 전국 8천592개 어린이집에 냉동고 등 보존식 기자재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정작 유치원은 통상 50~200명이 넘는 원아들이 공동으로 식사를 하며 급식사고가 일어날 여지가 다분하고 실제로 반영구적 손상을 입은 최악의 사고까지 겪었는데도 보존식 냉동고에 대한 정책이 전무하다.
식품위생법에는 -18℃에서 144시간 동안 보존식 보관을 해야한다고 명시했는데 제대로 하려면 보존식만 따로 보관하는 '냉동고'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보존식 냉동고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어 교육청, 지자체 등 어느 기관도 보존식 냉동고 유무를 관리하지 않는다. 대부분 유치원들은 식자재를 보관하는 냉동고에 보존식을 함께 넣거나 이마저도 조리공간이 좁아 냉동고도 없는 유치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유치원급식의 공공성 강화와 만족도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의 자료에는 사립유치원 82곳, 공립단설유치원 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립단설은 보존식 전용 냉동고가 모두 설치됐지만, 사립유치원은 배식용 보랭고조차 15.9%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나갔을 때 냉동고 설치를 권고하지만,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라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내년 1월 30일부터 유치원 급식이 학교급식법에 적용되는데 현재 학교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학교급식기본방향에 따라 보존식 전용 냉동고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영우 한양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는 "보존식 보관의 법적 기준을 지키려면 별도 냉동고 사용이나 전용용기 사용을 해야 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유치원에도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급식사고 규명 '보존식 냉동고'… 유치원 뺀 어린이집만 지원
입력 2020-09-03 22:16
수정 2020-09-0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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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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