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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평등의 시대 시스템 불안정 '역설'
'민주주의 피로'… 우울증·번아웃 고통
옛 피라미드형 아닌 '수평적 권위' 대안

■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이효원·송예슬 옮김. 반비 펴냄. 344쪽. 1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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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육아, 교육, 정치의 실패를 방증하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각종 육아·교육지원제도와 기술이 많아졌지만 부모와 교사의 번아웃(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은 줄지 않고, 과잉행동장애 또는 품행장애를 진단받는 소아·청소년과 학생들로부터 괴롭힘과 폭력을 당하는 교사의 수는 증가한다.

'인국공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전환 논란)'는 이른바 '시험'만이 공정한 경쟁을 담보한다는 왜곡된 평등의 감각과 연대의 실종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성장'을 이뤄내도 복지제도의 확대 대신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비용은 계속 인상되고 있다. 또한 포퓰리즘 정치는 점차 일상의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책은 과거보다 많은 자유와 평등을 약속하는 현대의 탈권위시대에 오히려 가족, 학교, 종교, 기업 등의 집단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점에 주목하며, 다종다양한 심리사회적 징후를 꿰뚫는 개념으로 '권위'를 제시한다. 수많은 문제의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권위의 부재'가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저자는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는 책을 저술한 '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가 현대의 정치 상황을 가리켜 '민주주의 피로증후군'이 역병처럼 돌고 있다고 표현한 글을 인용해 포퓰리즘의 민낯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후에야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또 권위가 사라진 빈 자리를 우울증과 번아웃이 꿰찼다고 주장한다.

다만 책은 권위의 상실을 지적하면서도 사회변화에 불만을 느끼는 보수우파처럼 옛 권위(피라미드형)로 돌아가자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집단 구성원 상호 간의 사회적 통제에 의해 작동하는 숙의 민주주의(공공의제에 관한 토론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합의에 도달하는 민주적 절차) 등에 입각한 '수평적 권위'야말로 현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