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피해를 볼 것입니다. 그 피해가 내 가족에게 올 수도 있는 것이고요."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남부지방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던 지난 3일 새벽. 다행히 광주시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곳곳에서는 태풍 관련 여파가 발생했다.
이날 광주시 도척면 진우3리 최진용(사진) 이장은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마을 피해는 없는지 순찰에 나섰다.
그러다 한 시설 앞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가 강풍에 쓰러진 것을 발견했고 이 나무가 도로를 막아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곧바로 톱을 챙겨와 나무를 잘랐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김흥식(광주시 초월읍)씨가 이 광경을 지켜보게 됐다.
그는 "진우리에 사업장이 있어 밤새 피해가 없는지 공장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나무가 쓰러진 채 길을 막고 있었다. 어두운 새벽이라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이장님이 나섰고 전 그저 차량으로 불빛을 비춰주며 작업하는 것을 봤는데 존경스러웠다"고 전했다.
당시엔 누구인지 몰라 점심대접이라도 하고 싶어 수소문하니 최 이장이었다는 것.
사실 이전 제8호 태풍 '바비'가 북상했을 때도 최 이장의 활약은 돋보였다. 마을 개천 배수구에 나무 등 이물질이 걸려 배수가 안되는 상황이 됐다. 마을과 인근 공장 등으로 물이 넘쳐 침수 위험이 높아졌고 최 이장은 물속으로 들어가 배수구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해 침수 피해를 막았다.
최 이장은 "대가를 바라지도, 보여지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묵묵히 하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