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들을 격려한 글이었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숱한 비난과 옹호의 말들로 싸움판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SNS 메시지 등 대통령의 모든 언사를 엮어 말·글집을 발간하고 있다. 나라의 기록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모든 말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 권위와 명성만큼이나 무게감도 확연히 다르다.
말과 관련해 '입은 좋은 말을 내기도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서경의 글귀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駟馬難追(사마난추)' '口禍之門(구화지문)' '舌斬身刀(설참신도)' 등 한번 뱉은 말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성어도 많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러니 말한 사람은 '오해하지 말라'고 해도 듣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 비롯된 모든 논란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은 말로써 나라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진중하게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대중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있어 보다 유연하게 말을 가다듬어야 한다. 흔히 '레토릭'이라며 정치적 수사를 앞세워 증오와 비난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볼 때면 인성의 수준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이 더욱 주목받는 것인지 모른다.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말의 무거움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교양과 품위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