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일상에 쌓이는 심리적 피로
물리적 만큼이나 '정서적 방역' 필요
죽어가는 나무 위로 손길 기사회생
'그 나무…' 함께 극복 공감 응원冊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지속되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심리적인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사람들과 부대끼는 변화 없는 일상은 사소한 싸움으로 가기도 하고, 아동학대와 부부싸움이 잦아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의 자살률이 작년에 비해 늘었는데 이는 사회, 경제적인 지지기반이 취약할수록 우울감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것이 멈출 것 같았던 일상에 화상회의,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소통 방식이 일상생활을 계속 이어가게 만들어 주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리를 기계가 채우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코로나로 인해 매우 빠른 속도로 언택트(Untact) 방식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 자유롭게 직접 대면·컨택트(Contact)하기 위한 과정에 필요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이미 여러 관계 속에서 존재해 왔고 그 안에서 존재 이유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의 불안·공포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가져온 심리·정서적 문제들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물리적인 방역만큼이나 심리적 방역, 즉 마음 방역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고,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코로나19의 위기는 전 세계를 덮쳤고, 우리들의 작은 일상까지 바꾸어 버렸고, 그로 인해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럴 때 마지막까지 우리를 지켜내는 힘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중심을 잡고 이 시간을 잘 건널 수 있을까?
그림책 '그 나무가 웃는다'(손연자 글, 윤미숙 그림, 시공주니어)는 온갖 벌레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다시 힘을 얻고 열매까지 맺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나무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 나무를 눈여겨 봐주지 않았고 스스로 포기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엄마의 죽음으로 아픔을 안고 사는 한 아이와 아버지가 그 나무를 만나게 되고 따뜻한 관심으로 보살피게 된다. 뭔가를 특별하게 해주지 않아도 옆에서 자주 어루만져주고 눈길 한 번 더 주는 작은 위로가 나무를 살린다. 그 나무는 사과나무였고 사과나무는 보답으로 엄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있는 부자(父子)에게 맛있는 사과를 선물했다. 이제 사과나무도 아이도 아버지도 서로 바라보며 살포시 웃는다.
나무는 혼자서는 아무런 희망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포기했지만, 한 아이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로 다시 살아나 열매까지 맺는다. 우리들의 삶 속 잦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나무가 되어 우리를 지켜주는 것, 마음의 아픔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은 나무와 아이가 그랬듯 서로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이 아닐까.
문 닫힌 도서관 마당에서 잠자리를 따라다니며 깔깔깔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웃음을 잃지 않으며 함께 이 시기를 극복해 나가야겠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