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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정규리그 경기. 7회 말 한화의 류현진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프로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프로야구사상 신인 처음으로 200이닝-200탈삼진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역대 기록으로도 통산 10번째 대기록이다. 그해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한 류현진은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의 나이 만 19세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맹위를 떨치는 '몬스터(monster)' 류현진은 떡잎부터 달랐던 것이다.

kt 위즈 신인 투수 소형준이 지난 주말 시즌 10승을 신고했다. 수원 홈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6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졸 신인 선발 10승 투수는 류현진 이후 14년 만이다. 시즌 기록으로도 양현종(KIA)·임찬규(LG)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내 투수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야구계는 그를 류현진과 닮았다고 극찬한다. 두 선수 모두 다양한 구종(球種)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포심과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커브가 공통 구질이다. 류현진은 싱커를, 소형준은 투심을 던지는 게 조금 다르다.

체격 조건도 쌍둥이에 가깝다. 류현진은 키 190㎝에 몸무게 90㎏, 소형준은 189㎝에 92㎏이다. 당돌한 배짱과 구종을 쉽게 익히는 천재성, 다양한 볼 배합으로 삼진을 빼앗는 노련함, 경기 운영 패턴까지 판박이라는 게 야구전문가들의 평가다.

소형준이 맹활약하면서 kt 위즈가 가을 야구에 성큼 다가섰다. 14일 현재 58승 1무 46패로 4위 두산과 승차 없는 5위다. 3위 LG와는 단 1게임, 선두그룹 NC·키움과도 3게임 차에 불과하다. 투·타가 안정감을 더하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 선두권도 욕심낼만하다.

대형 신인 소형준은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다. 류현진의 뒤를 잇는 유망주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kt뿐 아니라 야구 팬 모두의 즐거움이다. 팬데믹으로 야구장에서 직접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소형진이 등판할 포스트시즌의 필수 품목 '점퍼'는 내년에야 입을 것 같다. 14년 만의 10승 투수 탄생과 kt의 마법이 왜 하필 올해인지 원망스럽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