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 작가, 임시공간서 '그녀와 나는…'
사진·내레이션 통해 이주 시대상 담아
박준석, 제물포갤러리서 '수평적 관계'
오래된 사물 바탕 존재의 내외면 표현
현 문화예술계의 주류가 아닌 실험과 도전에 방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는 인천 개항장문화지구의 대안공간 '임시공간'과 국철 1호선 제물포역 북측에 자리한 '제물포갤러리'가 각각 의미 있는 전시회를 최근 시작했다.
'임시공간'에선 민경 작가의 개인전 '그녀와 나는 같은 포물선을 그렸다'가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민경 작가는 이번 전시에 사진 50여점을 비롯해 설치, 내레이션 사운드, 아티스트북 등을 출품했다.
작가는 출품작들을 통해 난개발이 이어지는 인천의 한 풍경과 병렬해 두 여성의 서사를 기술했다. 끊임없이 '이주'하는 여성들의 포물선과 같은 삶에 녹아있는 인간의 '장소'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작가는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정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대화에서 고단한 이주와 아이 키우기의 힘듦, 여성으로서 그 누구도 적으로 두지 않고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애씀과 위로, 삶에 대한 애정 등을 발견한 거였다.
민경 작가는 이전 작업들에서도 '이주'를 언급했다. 작가의 '이주'는 물리적 이사뿐 아니라, 정신적 성숙에 관한 말이기도 하다. 더 잘 살아내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를 '이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도 크고 작은 이주를 겪으며 성장한 두 여성, '선'과 '여자'가 등장한다"면서 "두 여성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공간들을 스쳐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설명처럼 작품에는 1980년대 호황을 누렸던 한국의 건설 경기를 배경으로 대가족이 살았던 한옥과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 그리고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차례로 등장한다. 건설 호황기를 배경으로 '이주'했던 경험을 인천의 한 풍경과 함께 병렬시켰다.
'제물포갤러리'에선 박준석 작가의 'Horizontal Relation(수평적 관계)'이 오는 29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Translate(번역하다)'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품화면에 검은색 혹은 흰색의 가로 선이 지나가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작품의 소재는 주변에서 오래된 사물이나 지역에서 인연이 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 선물을 받았거나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정물들을 소재로 삼았다. 사물과 관련한 추억과 기억, 시간을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 물건들은 쓰임새와 역할을 바탕으로 타자, 자아, 시선, 성격 등을 비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존재가 지닌 내면과 외면의 모습을 함께 말하고 있다.
박준석 작가는 "완성된 작품 속의 정물들을 보면 다양한 시점을 가지며 작품 속 흑백의 색과 형태들은 단순히 멈춘 상태가 아니라 변화, 관계,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운동하여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사물들의 모습을 닮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징적인 조영(照影, 照映)으로 빛과 그림자를 동반한 형상의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