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문제로 이송 못해 숨지는 사고 발생
보건지소·진료소마저 심각한 인력난 겪어
평등한 의료서비스 위한 선진화 정책 희망
그러나 섬에 산다는 이유로 경제성과 효율성 논리에 밀려 육지와의 불평등을 인내해야 했고 생활의 불편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며 내 몸의 병과 아픔은 감수해야만 했다. 특히 섬 주민의 생명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섬 지역의 공공의료 문제는 가장 심각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어촌의 의료기관 수는 7천591개소로 도시의 12.6%에 불과하고, 농어촌에서 활동하는 의사의 수는 전체의 5.7%로 도시와의 불균형이 크다. 더욱 인천 섬 대부분을 관할하는 옹진군의 경우, 비록 수도권에 있으나 의료기관은 백령도의 백령병원과 영흥도의 우리의원 2곳이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섬 지역 특성상 병원 소재 주민만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의 등 의료인력도 부족하다.
응급환자는 물론이고 맹장·골절 등 간단한 수술과 시술이 필요한 환자마저도 길게는 5시간 이상 배를 타거나 응급헬기를 타고 육지의 큰 병원으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예로 지난 5월 백령도 이면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백령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받던 A씨가 수술이 필요함에도 전문의가 없어 응급수술도 받지 못하고 바다의 기상이 안 좋아 육지로 이송조차 할 수 없어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끝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섬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한 섬지역 대부분은 이미 초고령화 진입단계로 고령 노인의 건강관리와 진료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섬지역에 의료기관이 없어 불과 몇 분 동안의 진료를 받기 위해 긴 시간 배를 타고 1박2일 이상 육지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어서 육지의 의료서비스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섬 주민 대다수는 지역에 설립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에서 제공하는 기초적인 의료서비스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마저도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지역보건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전문의료 인력(의사 1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 1명, 간호사 3명, 치과위생사 1명)조차 배치받지 못하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섬지역 내에서는 외부인의 섬 방문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섬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감염병에 취약하고 섬 의료 여건이 취약한 탓에 감염병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연 어느 누가 섬 주민의 이기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필자에게는 낙후된 섬 의료에 대한 섬 주민의 절실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개선 없는 섬 의료 현실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로도 들린다.
우리 옹진군은 섬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국무총리실과 중앙부처 등에 섬지역 전문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관련 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군부대 의료인력과의 협업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섬 지역의 열악한 의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의 세밀한 관심과 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수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원격의료 도입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의료 확대 정책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의료 약자를 위한 진정성 있는 의료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 섬 지역 전문 의료 인력 확대 등 국민 모두가 평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다 선진화된 의료정책이 수립되기를 희망한다.
/장정민 인천 옹진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