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판사 세르지오 모루는 2014년 브라질 권력의 부정부패를 세차하듯 말끔하게 소탕하기 위한 사정작업, 일명 '라바 자투(Lava Jato·고압 분사기)'를 주도했다. 검사, 경찰, 국세청 직원으로 구성된 드림팀은 성역없는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던 룰라 전 대통령마저 법대에 세웠다. 2019년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지난 4월 그가 사임했다. 대통령 아들의 범죄혐의를 수사하던 연방경찰청장이 해임되자, 사표를 던진 것이다.
모루 전 장관에서 영감을 주었던 이탈리아의 사정작업,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주도한 검사들의 뒤끝도 좋지 않았다. 권력의 반격은 잔인했다. 권력에 기생한 언론들은 '나라 말아먹는다'는 식의 여론전을 펼쳤고, 검사들의 사생활을 털었다. 지친 검사들은 줄줄이 사표를 냈다. 마니 풀리테를 이끌며 국부 가리발디 이후 최고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부패수사 때 특정세력을 봐준 혐의로 기소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물론 법원 판결은 무죄였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어렵다. '반드시 부패하는' 권력의 속성만큼이나, 인사권과 친위언론으로 무장한 권력 앞에 무력한 사정기관의 한계도 분명해서다. 강골 검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손발이 다 잘린 채 직만 유지하는 '사정 현실'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여론은 두 번의 검찰 인사로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의혹 수사는 물 건너간 것으로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엊그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윤미향 국회의원을 8개 중대범죄 혐의로 기소하자 많은 국민들이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기색이다. 여당 지도부와 진보 여성 시민단체들이 감싼 위안부운동의 상징이자 현역 여당의원 윤 의원의 기소 자체가 '신선한 사건'처럼 보이는 분위기다. 성역없는 수사가 신선한 상황이 난감하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의혹을 8개월 넘게 손 놓고 있었던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추 장관 아들과 보좌관 소환조사에 이어 국방부 압수수색까지 전광석화 같은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부지검이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을 미루는 바람에, 추 장관 아들 사건은 정권을 위협할 지경으로 커졌다. 윤석열 고립으로 초췌해진 검찰 위상이, 서부지검 윤미향 사건 수사로 다소 회복됐다. 이제 동부지검 수사결과가 남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