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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화장이 짙어진다'. 경제 불황에 나타나는 사회 현상을 꼽을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왜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지 잘 모르겠다. 원단 재료비를 아끼려는 의류회사의 꼼수 아닐까. 그렇다면 화장이 짙어지는 건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불경기가 이어지면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늘고 여가활동이 늘어난다는 설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팀이 2003~2010년 사이 미국인들의 생활 패턴을 조사한 결과다. 경제상태가 좋을 때보다 안 좋을 때 평균적으로 1일 수면시간이 10분 늘었다.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21분이 증가했다. 교수팀은 이 같은 현상은 아주 단순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업률이 높은 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든 탓이라는 것이다.

불경기에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복권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올해 상반기 국내 복권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6천208억원으로 1년 전 동기보다 11.1% 증가했다.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상반기 기준 증가율도 지난 2012년(17.7%) 이후 최고치다.

올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품별로 보면 로또 판매액이 2조3천8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인쇄식 복권이 1천863억원, 연금복권이 855억원, 전자식 복권이 408억원이다.

올해는 시중 경기가 나쁠 때 호황이라는 경마와 경정이 수개월 간 열리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도 문을 걸어 잠갔다. 복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천60분의 1이다. 100분위로는 0.0000123%에 불과하다. 지나가다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복권방에 줄을 서는 건 '희망 고문'이다. 그래도 꿈을 잃은 사람들은 복권에 기댄다. 팬데믹은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2단계와 2.5단계를 오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올 하반기에 시중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복권방마다 줄이 더 길어질 것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