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태풍대비 이유 이석 허가후 사적 모임… 인국공 사태 무관"
구본환 "관련규정 위반 안했고 제기된 문제 소명… 이해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방은 국토부가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 해임을 건의하면서 촉발됐다. 구본환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장 간 갈등은 흔치 않다. 인천공항공사 설립 이후 사장 해임 건의는 처음이다. 당사자의 반대를 예상하면서도 국토부가 해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해임 건의로 내세운 이유는 지난해 국토부에서 태풍 대비를 이유로 이석을 허가받은 뒤 사적 모임을 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사실을 감추고 당일 일정을 국회에 허위로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구 사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구 사장은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세종시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 인천공항은 이미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났고, 단 1건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대응 매뉴얼에 따라 비상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국토위에서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해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번 해임 건의가 인천공항공사 사장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을 직고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 '로고 교체', '스카이72 법정 싸움' 등 여러 부문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정규직 전환' 문제는 '인국공 사태'라고 불리며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기도 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정책은 지난 6월 구 사장이 '보안검색요원 1천902명 직고용 방침'을 밝히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공항공사 노조와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의 반발이 거셌다.
애초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각계 반발이 거세지면서 직고용 절차는 멈춰 있다. 이를 두고 구 사장의 해임 건의 이유가 '정규직 전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최근 '인국공 사태'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을 강조하며, 지난 6월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 1천902명을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의미하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이 문제를 정부와 청와대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정책과 이번 사장 해임 건의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사장은 "국토부가 해임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제기된 문제는 이미 소명됐으며, 해임에 이를만한 사안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구 사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구 사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