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살짜리 단둘이 있다가 참변
엄마 가정보육 이유 '긴급돌봄 거부'
기관들 제도 보완장치 마련 나서

평소라면 학교에 있었을 시간인 평일 점심시간, 10살짜리 형과 8살짜리 동생은 엄마가 없는 집에서 단둘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큰 불이 났고 다급하게 119에 신고했지만 아이들은 집 주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살려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전신에 큰 화상을 입고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습니다.
코로나19로 수도권 학교가 전부 원격학습 체제로 전환되자 형제는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만약 학교에 있었다면 사고를 면할 수 있었겠지만, 형제의 어머니는 가정보육을 이유로 학교 긴급돌봄을 거부했고 결국 형제는 제도권 사각지대로 내버려졌습니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었던 형제는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었고 집안 환경도 열악해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속적으로 주시해왔습니다. 사건 발생 전에도 인근 주민들이 여러 차례 방임신고를 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실태를 파악한 결과 '어머니와 형제가 분리돼야 한다'는 판단까지 내린 바 있었습니다.
아동전문보호기관이 양육자인 어머니와 아동을 분리·보호하기 위한 법원 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형제는 계속 같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더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고가 일어난 지난주, 법원에 분리·보호 명령을 다시 청구할 계획이었던 걸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어른들은 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각계 기관이 나서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순회 돌봄서비스와 스마트케어 정책의 경우 주로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지만, 적용 가능성이 필요한 가구에 확대할 수 있는지 우선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도 지역돌봄시설 이용 현황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돌봄시설 이용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위기상황에 처한 가정과 취약계층 등에서 이들 형제처럼 보호가 필요하지만 이용하지 않는 학생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뒤늦게라도 형제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사회가 움직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동학대사건은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때우기 대책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의 경우 형제 주변의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학대·방임 신고도 수차례 하며 정부에 알렸지만, 결과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형제의 비극은 단지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 탓일까요. 아동 보호를 둘러싼 빈약한 사회 시스템 때문일까요. 더 이상의 피해를 막으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