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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BTS의 노래와 춤을 모두 좋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담은 동영상은 500만 뷰어를 넘어섰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 비서관은 다음날 페이스북에 "2039년 제20회 청년의 날을 연출할 연출가에게"라고 시작하는 글을 통해 BTS 청와대 행사의 소회를 남겼다. 그는 청년의 시작 나이 '19세'를 상징하는 19년 후의 미래에 보내는 형식을 빌려 글을 썼다.

그가 행사기획을 자신이 했다고 밝히자 야권 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나르시즘이 도를 넘었다"며 "탁 비서관에게 대통령의 의전은 여전히 자신을 위한 쇼로 이용될 뿐인가 보다"라고 했다. 허 의원은 SNS를 통해 "나르시즘의 신화를 만든 나르키소스는 결국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며 "제발 정신 좀 차리길 바란다.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문 대통령은 충북 오성 질병관리청을 찾아 정은경 초대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이 차관급 인사에게 청와대 밖으로 나가 임명장을 준 건 이례적이다. 이 역시 탁 비서관 작품으로 확인됐다. 이 행사는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총리에게 "문 대통령이 11일 임명장을 수여할 때 100여명의 사람들이 밀접접촉한 상태로 있는 등 방역 수칙을 어겼다"며 "탁현민 비서관에게 규정대로 300만원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 비서관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청년의 날 행사도, 정 청장 임명장 수여식도 그의 기획이라고 스스로 드러냈다. '역시 탁현민이다'는 탄식과 '대통령이 들러리가 됐다'는 비판이 갈린다.

비서관은 흔히 그림자에 비유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고 음지에서 주군을 보좌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유명 정치인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비서는 입이 없다"고 했다. 위기에 처한 주군을 대하는 처세의 기본을 말한 것이다.

'부귀한 자는 마땅히 너그러워야 하고, 총명한 자는 마땅히 재주를 감추어야 한다'(채근담). 탁 비서관이 SNS에 올린 글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