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화재 형제 초등학교 하교길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형제가 큰 피해를 입고 8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2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형제가 다니는 초등학교 정문에서 학부모들이 하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0.9.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초교 개교… 학부모들 "안타까워"
온라인 모금·화장품 수익 기부 등
수천만원 모여… "치료비 쓰일 것"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형제(9월 21일자 6면 보도=[뉴스분석]'미추홀구 형제 참변' 관련기관들 왜 막지 못했나)는 코로나19 2.5단계 해제로 다니던 학교의 등교가 재개됐지만, 8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A군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고, 전국에선 형제를 돕겠다는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오전 8시30분께 A(10)군과 B(8)군이 다니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초등학교 앞. 27일만에 재개된 등교일을 맞아 학생들은 어머니나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에 도착했다. 어른들은 교문 뒤에 서서 아이들이 무사히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데려다 준 학부모 정모(54)씨는 "더 이상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고 나서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사후약방문'식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일한다고 가끔 집을 비울 때 아이가 음식을 조리하게 두진 않더라도, 냉장고에서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반찬을 만들어 놓고 나가곤 했다. 많은 부모가 비슷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라며 "라면 냄비에 손만 데어도 며칠간 아리는데 작은 아이들이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니 그 아픔이 가늠이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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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형제가 큰 피해를 입고 8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2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형제가 다니는 초등학교 정문에서 학부모들이 하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0.9.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초등학교 1·2학년 형제를 바래다주던 어머니 윤모(31)씨는 "한창 부모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오랜 시간 형제 둘만 남아 있다가 다친 거라 마음이 아프다"며 "나 역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더 살뜰히 챙기지 못한 것 같아 이번 주부터 1년간 휴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선 "아이들을 돕겠다"는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사단법인 '따뜻한하루'는 지난 18일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시작해 이틀 만에 목표액 990만원을 달성했다. 기부자만 1천732명에 달한다.

서울 마포구에 사업장을 둔 화장품 판매 회사는 특정 상품 구매 시 상품가격의 50%를 형제에게 기부하고 있다.  

 

박민석(30) 대표는 "육군 소방병으로 복무했을 때 방화복 사이로 열기가 스며들었던 경험이 있어 불길이 얼마나 아프고, 연기가 얼마나 매운지 알고 있다"며 "19일까지 25건을 후원했는데 부디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면형제후원
후원화면 캡처. 2020.9.21

(사)학산나눔재단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기탁금 5천100만원 가량이 모였다고 한다. 재단은 전화와 메일로 기부하겠다는 시민들 문의가 잇따르자 지난 18일부터 홈페이지에 기탁신청서를 게시했다.

장보경 학산나눔재단 과장은 "지난 16일 1건이었던 모금 내역은 17일 10건, 18일부터 수백 건에 달해 현재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탁금은 후원자들 뜻에 따라 아이들 치료비에 쓰이도록 구청과 논의해 집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