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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함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작전지역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2010년 3월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영해를 수호하던 포항급 초계함 PCC-772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 수병 104명 중 58명이 현장에서 구조됐고, 46명이 전사했다. 전사한 아군을 인양하는 동안 국민은 단 한 명이라도 생환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하나 된 국민의 소망을 담아 한 의대 교수가 해군 홈페이지에 시를 올려 '즉시 귀환' 명령을 내렸지만, 끝내 6명은 지금껏 혼백으로 서해를 표류하고 있다.

지난 3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서해도발로 희생당한 순국장병 55명을 추모하는 국가기념일, 문 대통령의 참석은 취임 3년 만이었다. 분향하는 대통령에게 한 유족이 다가가 읍소했다.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가슴이 무너집니다." 천안함 순국자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였다.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이 있다"고 답했다.

온 국민이 수병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무사 귀환을 명령했던 비극적인 사건을 추모하는 국가행사에서 대통령과 유족 사이에서 민망한 장면이 벌어진 이유가 있다. 민군합동조사단과 국제조사단은 천안함 폭침 원인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진영 논객과 개인방송들은 좌초설, 미군잠수함 충돌설 등 각종 괴담을 주장했다. 핵심은 북 잠수함 공격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 병사들이 자작극의 희생양일지 모른다는 괴담에 유족들의 한은 깊어졌고, 민 상사의 어머니는 대통령에게 다가선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인 인기웹툰 작가 주호민이 최근 천안함 폭침 사건을 희화화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북한이 한 게 맞다. 내가 틀렸다"며 "큰 사과밖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어젠 조성대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를 수용한다며 천안함 유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개그"라며 진실 규명을 요구했었다. 공직후보자 청문회에 오르자 10년 만에 번복하고 사과한 것이다.

하지만 괴담은 성행하고, 현 정부는 북한을 가해자로 지목하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천안함 폭침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