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불구하고 모두 하나같이 '타자(내가 아닌 사람)'를 탓하며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이는 인류 전체를 절박한 위기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협력하고 함께 노력하며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 후세대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 전체는 상호의존적 공동체로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대처하면서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유의 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최근에 '공감'의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감은 비판적 사고를 포용할 수 있는 정서적 요소로서 '타자'와의 교감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구성원이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의 관점과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협력적 학습을 통해 비판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공감의 성숙도는 높아지게 된다.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이노베이션 카운실'을 발족해 R&D(연구·개발) 합종연횡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 융합기술의 시대에 특정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R&D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 신한은행은 여러 개의 지점을 묶어 '거점'별 직원 배치를 통해 인적자원의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영업점 간 연계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시작했다.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분업과 협업의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좋은 사례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부응해 필자의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공감능력'과 '타자'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더불어 다가오는 4차 산업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빅데이터와 스마트 팩토리 관련학과 쪽으로 학과를 개편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맥 컴퓨터실을 운영해 다양한 운영체제를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우리 학교의 장점이다. 전통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3D 프린팅, 지능형 로봇 등 미래 직업 분야에도 노력을 기울여 각종 공모전이나 기능경기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더 쉽게 대화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과 건전한 상호작용, 구성원의 공헌과 참여, 상호관계를 통한 공동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공감 능력이 향상될 때 학업 성취도가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다.
이렇게 사회 곳곳에서 함께 협력하고 '공감'을 통한 해결방법을 찾아 나아간다면, 앞으로 닥칠 여러 가지 문명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타인을 좀 더 배려하고 함께하는 공감 능력을 키워간다면 보다 '품위'있는 보편적 정의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김용무 한봄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