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 사모하는 정 의미하기도
패티김 '사랑은 생명의 꽃'
숭고한 사랑이 고귀한 생명으로
가득 찬 꽃과 같다니 벅차오른다
패티 김이 부른 '사랑은 생명의 꽃'(작사·조운파, 작곡·박춘석)은 낙화유수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노랫말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바람은 고요히 잠들고/강물은 잔잔히 흘러가는데/그대의 가슴에 기대어/가만히 눕는 숨결/사랑의 기쁨이 넘치네'. 지금 화자는 열애 중인 연인과 함께 있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연인이 곁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단언컨대 개인 행복지수가 최고점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고 있던 '바람'도 이제는 멈추고 '고요히' 잠들어 있다. '강물'은 소리 없이 '잔잔히' 흘러가고 있다. 바람과 강물은 순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어이다. 이러한 원시 태고의 숨결을 배경으로 화자는 연인의 '가슴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누워 고귀한 숨결을 느낀다. 굳이 눈결을 마주치지 않아도 연인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생한 숨결을 음미하는 자태를 상상해보자. 그것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로테에게서 느끼는 사랑의 환희와 환호일 듯싶다.
이어서 화자는 이렇게 나지막이 읊조린다. '나는 새가 되고 싶어요/나는 별이 되고 싶어요/나는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요'. 새는 화자의 현재 심정을 대신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전래동화 '견우와 직녀'에서 직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견우를 사모하는 심정을 간절히 표출한다. 이때 까막까치가 오작교를 만들어 두 사람에게 사랑의 끈을 이어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자는 연인에게 새가 되어 사모와 사랑의 인연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싶어 한다. 별은 이상과 그리움의 상징이다. 빛나는 별처럼 빛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애틋한 이상을 담고 있다 하겠다. 꽃은 겸손과 영화로움 그리고 경사스러움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 중의 꽃인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의 연인에게 웃음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하는 경사스러움을 주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 싶다. 이제 화자는 자신의 연인을 '사모하는 임'으로 지칭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임'이 앞으로 자신을 '영원히' 사랑해주기를 간구한다.
곡명 '사랑은 생명의 꽃'의 후반부는 화자의 사랑과 그리움의 간절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랑은 생명의 꽃이요/미움은 절망의 불꽃이라오/그대의 사랑은 언제나/나에게 희망을 주지만/미움은 고통뿐이라오'. 주지하다시피 생명은 대단히 소중하다. 생명을 잃으면 모든 것을 상실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화자는 사랑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꽃'과 등식화한다. 숭고한 사랑이 고귀한 생명으로 가득 찬 꽃과 같다니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모하는 임'의 사랑은 화자의 가슴에 늘 활기찬 '희망'을 선사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반면에 화자에게 있어서 '미움'은 실의와 좌절과 '절망의 꽃'으로 간주된다. 절망은 삶의 목표를 상실하는 것이다. 당연히 희망의 등대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절망의 꽃'의 의미는 심장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비관과 체념의 불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후렴 부분에서 화자는 자신의 '임'에 대한 고백과 사모 그리고 사랑의 맹세를 다짐한다. '나는 가진 것이 없어요/나는 드릴 것도 없어요/오직 그댈 사랑하는 마음 하나뿐/나 항상 그대 위해 살리라'. 그는 가진 게 없다. '임'에게 줄 것도 없다. 그가 가진 유일한 것은 '임'을 사랑하는 헌신적 마음뿐이다.
사랑은 영원처럼 불가사의하다. 또한 재 속에서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나폴레옹은 불멸의 연인 조세핀에게 연서를 보낸다. '달콤한 연인이여,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당신, 도대체 내 심장에 어떤 신비한 효력을 불어넣었던 말이오'.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뜨거운 사랑을 맹세하듯이 곡목 '사랑은 생명의 꽃'의 화자도 불멸의 '임'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을 서약한다. 낙화유수 사랑은 곧 생명의 꽃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