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차기사장 몫 가능성
코로나 직격탄… 개항이래 '최악'
인도네시아 방역컨설팅 동력잃어
구 사장 강조 '공항경제권 조성'
각종 인프라 시너지효과 못볼듯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1년 반 만에 해임될 위기에 놓였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해임을 의결하면서 대통령 재가만 남은 상황이다. 구본환 사장은 해임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출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각종 소송을 계획하고 있어 사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공사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임 사장을 정하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도 2개월 안팎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침표 못 찍은 '정규직 전환'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인천공항 최대 화두였다. 1만여명에 이르는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대부분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었다.

구 사장은 지난 6월 '비정규직 전환 사업 완료'를 발표했다. 이때 보안검색요원 1천902명을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의 후폭풍은 거셌다. 노사전문가협의회 노조 측 위원들이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직고용 전환 대상자들도 반대했다.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한다는 방침 때문이었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했다.

또 취업준비생들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려 수십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구 사장은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고, 관련 절차는 보류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구 사장 해임을 추진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는 결국 차기 사장의 몫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대미문의 위기 '코로나19 사태'

인천공항은 개항 이래 최악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인천공항 이용객은 전년보다 97% 줄었다. 올 연말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1천200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천공항 개항 첫해 1천400만명보다 적은 것이다. 면세점과 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 공항 관련 산업도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항공업계는 2025년이 되어야 지난해 수준의 항공 수요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 수요가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공항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공항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항공산업 생태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감면 등의 방법으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K-방역'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는 국내 방역시스템과 공항을 연결해 활로를 찾았다. 최근 이와 관련한 컨설팅 협약을 인도네시아와 맺었다. 하지만 사장 공석이 이어지면 이마저도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동력 잃은 '인천공항경제권 조성'

구 사장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인천공항경제권 조성'을 강조해왔다. 공항의 역할을 '관문'에서 '경제 중심지'로 변모시켜야 인천공항과 인천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공항경제권은 공항 주변에 구축한 각종 항공 관련 인프라와 산업, 교통시설, 관광 자원 등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개념이다.

인천은 세계 5위 규모의 인천공항이 있어 공항경제권 육성의 최적지로 꼽힌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7월 인천시 등 8개 기관과 '인천공항경제권 협의회'를 발족했다.

특히 항공 MRO(수리·정비·분해조립) 분야는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가 수년 전부터 육성하기 위해 힘썼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교류가 제한되고, 구본환 사장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되면서 공항경제권과 관련한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