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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정치부 차장
"많은 정치인들이 말은 국민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사실 위를 보거든요. 그런데 이 지사는 '아래'를 보는 것 같아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기 비결에 대해 사석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도지사가 이런 일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보면 작은, 그러나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부조리함과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들을 이 지사가 잇따라 추진하는 것은 시선이 아래, 민초들의 삶으로 향해있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이 지사가 추진해온 정책들은 '원래 그런 것이겠거니' 하며 지나쳐온 것들을 해소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평상을 놓고 십수만원의 백숙을 파는 계곡의 풍경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고, 신용이 낮으니 높은 금리를 물고 돈을 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이 지사는 으레 그래 왔던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계곡의 평상을 치웠고 연 24%까지 물릴 수 있는 금리를 10%로 낮추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화폐 역시 골목상권에 돈이 돌게 하기 위한 이 지사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전통시장이, 동네 점포가 뒤안길로 밀려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여길 터지만 지원금으로 잠깐 수혈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모세혈관에 피가 돌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로 불붙은 지역화폐의 경제적 실효성 논쟁이 길어지고 있다. 세상에 100% 옳은 것은 찾기 힘든 법이다. 하물며 정책이란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엇을 더 비중있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화폐도 그럴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에 가보니 상인들은 "어쨌든 이런 곳에서만 쓸 수 있는 거니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그러면 뭐라도 하나 더 산다. (지역화폐가) 없었을 때보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