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읽는다. 헌법 제2장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국민의 권리와 이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밝혀놓았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은 '생명'이다. 생명이 없고서야 인권도 없다. 헌법 제66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이 국가와 국가의 원수(元首)이자 대표인 대통령에게 보장받아야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나라,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국가공무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됐다. 고인은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모욕당했다. 북한은 그의 시신을 불태웠고, 대한민국 군 당국은 그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 북한은 사과 전통문을 통해 시신 소각을 부인하고, 그가 대한민국 국적자임을 밝혔다고 했다. 자진월북 혐의는 무색해졌지만 시신 실종 주장은 믿기 힘들다.
단 하나 분명한 건 그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돼 북한 단속정에 사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가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날 우리 군함들이 문제의 해역 북방한계선에 집결해 표류 공무원과 북한 단속정을 향해 일제히 서치라이트를 집중시키고 경고방송만 했더라도 공무원을 향한 사격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친서교환 라인이나, 북한의 사과 전통문 수신 라인을 국민 목숨 구하는 데 쓰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차마 그럴 줄(죽일 줄) 몰랐다는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은 군대의 언어로 볼 수 없다.
주말을 지나면서 통 큰 계몽군주 김정은의 신속한 사과를 정체된 남북관계의 전화위복으로 해석하는 여권 인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북한은 시신을 찾으면 돌려 줄테니 자신의 영해에 얼씬거리지도 말라 한다. 헌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주검이 의문의 바다를 표류 중인데 말이다. '국가는 과연 나를 보호해줄 것인가'. 국민 모두가 집단적 의문에 잠긴 주말이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