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기업결합 심사 승인에도… 양사 '이익공유 세무문제' 이견
글로벌 선사 "통합땐 물동량 60% 처리 독과점 발생" 불만… 걸림돌


인천 신항 2개 부두운영사를 통합해 하나의 법인을 설립하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신항 부두운영사인 선광과 (주)한진이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항만업계에선 통합 법인 설립이 무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광과 한진은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과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의 통합 운영 법인을 만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이는 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신항 1-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은 통합 법인이 전담하고, 화물 유치 등 영업 활동은 SNCT와 HJIT가 각자 진행하게 된다.

올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승인받아 곧바로 통합 법인이 출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선광과 한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 법인 설립 작업은 세무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겨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광 관계자는 "통합 작업을 위해 세법을 검토해 보니, SNCT와 HJIT의 이익을 공유하는 부분에서 일부 검토해야 할 내용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선광과 한진이 법무법인을 통해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들의 불만도 통합 법인 설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NCT와 HJIT는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154만6천479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가운데 SNCT·HJIT의 물동량은 92만9천599TEU로 60%에 달한다.

글로벌 선사들은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상당수를 처리하는 두 컨테이너터미널이 통합하면 독과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두 컨테이너터미널 통합 법인 설립으로 선사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어도 해외 선사에서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했다.

인천 항만업계에선 협상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통합 법인 설립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두 컨테이너터미널 모두 연간 100만TEU 이상을 처리할 수 있어 통합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진 관계자는 "통합 이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안건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광과 한진 모두 통합 법인 설립 의지가 있는 만큼 원만한 통합 작업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