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인천' 주제 정체성 작업 천착
코로나로 연기 11월1일까지 기획전
어린시절 뛰어놀던 삶터 기억 재현
실존 모티브의 조화… 30여점 출품
인천 출신 사진작가 임기성(57)은 30년 동안 '인천'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의 달동네를 비롯해 영안실, 묘지, 옐로우 하우스 등 인천의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기억의 저 끝' 등 4회의 개인전과 지난해 열린 '인천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진전을 비롯해 10여 차례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동네방네 인천 사진 아카이브 활동을 하며 '인천을 보다' 출판에도 참여했다.
작가의 작품들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멸과 향수다. 소멸하는 것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과 향수에, 새롭게 생성되는 모습에서 인천의 정체성과 희망까지, 인천의 다양한 이야기와 모습이 담겼다.
이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임기성 작가의 '밤의 미행'전이 최근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막을 올렸다. 인천도시역사관(이하 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20 도시를 보는 작가'전의 두 번째 전시로 꾸며졌다.
원래 지난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연기됐다. 오는 11월1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에 작가는 1990년대 인천 달동네의 밤 풍경을 담은 작품 30여점을 출품했다.
작가는 1995~2000년 인천 곳곳의 달동네들을 사진에 담았다. 결과물들은 2001년 첫 개인전 '밤의 미행'을 통해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20년전 개인전의 작품들을 다시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임기성 작가는 달동네를 촬영하게 된 동기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밤공기를 마시며 뛰어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살던 달동네의 예쁜 모습을 재현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늦은 저녁 어둠이 내려앉고 가로등이 길을 비추는 달동네의 한적하고 고즈넉한 모습이 포착됐다. 개발에 밀리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주거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동네는 현재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아파트들로 대체됐다. 가난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 냄새 나던 지역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임 작가는 "사진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은 '사실(현장)'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사실)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앞으로도 기록과 함께 사진으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비롯해 영안실, 묘지, 옐로우 하우스를 찍은 것들도 그 일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밤의 미행' 연작들에서 밤의 어둠과 고요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모티브 역할을 한다"면서 "작가가 보여주는 밤 풍경은 실존의 모퉁이, 삶의 언저리에서 세상의 잡다한 것들을 용해하고 화해시키는 조화로운 모습"이라고 평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