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양복에 흰 장갑을 낀 남성들이 관(棺)을 메고 흥겨운 춤을 춘다. 제복 차림 지휘자가 이끄는 운구 행렬에 악단과 유가족이 뒤따른다. 빠른 리듬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춤사위가 이어지는 장례식이 진행된다. 유튜브를 통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관짝 춤' 동영상 장면이다. 우리네 정서로 상상조차 못하는 괴이한 장례의식은 아프리카 가나의 전통 풍습이다.
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는 종편방송에 나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모국의 장례문화를 설명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의 마지막 길을, 우울하지 않은 즐거운 기분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관짝 춤은 의정부고 학생들이 '관짝 소년단'이란 이름으로 패러디하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지난달 29일 타계한 쿠웨이트의 알자비르 알사바 국왕(91)이 일반 공동묘지에 묻혔다. 장례식은 간소했고, 묘의 크기도 일반 묘와 비슷했다. 국왕 시신은 지난달 30일 국기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철제 파이프로 만든 들것에 실려 공동묘지로 옮겨졌다.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서 열린 추모 행사도 간단히 끝났다. 국가를 대표해 행정부를 총괄하고 군 지휘권을 가진 최고 권력자의 장례식이라고 믿기 어렵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의 장례식도 모스크에서 간단한 추모 의식을 가진 뒤 바로 공동묘지에 안장되는 '1일장'으로 치러졌다. 여러 나라에서 온 조문 인사들은 소박한 장례식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고 당시 외신은 전했다.
간소한 장례식은 전체 이슬람교 신자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 국가에서 보편화 돼 있다고 한다. 이슬람 전통은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같은 수준의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무덤 크기도 왕족이나 일반인이나 비슷하다. 이슬람교는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 평등하며, 장례식은 흙에서 나온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과정이기 때문에 검소하게 치러야 한다"고 가르친다.
장례는 고인과 이별하는 고유의 의식이다. 장사(葬事)는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의례와 방식이 다르다. 빈소에서 곡소리가 아닌 춤과 노래 소리가 들리고, 사체를 담은 관을 매장하지 않고 바람결(風葬)에 두기도 한다. 고원지대인 티베트에서는 조장(鳥葬)을 한다. 영혼이 빠져나간 죽은 육신(肉身)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