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끼워맞추는 그리스신화 빗대
신청절차 복잡·애로 외면 도움안돼
정부의 '중기 지원책' 현장 목소리
최근 경기도 기술닥터 사업을 보며
신속·친절·분석 '3단계지원' 권할만
시간이 흘러 그 침대와 똑같은 키를 지닌 테세우스(용맹한 아테네의 왕이자 영웅)가 나타나서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를 침대에 눕혀 침대보다 키가 큰 그를 동일한 방법으로 죽였다.
이야기만으로도 참으로 잔인하고 무섭다. 절대적인 기준과 잣대를 사용하여 모든 것들을 거기에 끼워 맞추려는 행위나 사고방식을 일컬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일컫고 있다. 모든 기준을 하나의 틀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재단하여 적합 또는 부적합으로 양분화하려는 습성을 비꼬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나는 식품산업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30년을 지내오면서 주변에서 사업가 또는 식품전문가로 불린다.
식품제조업의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특히 중소기업에서 적은 매출액, 낮은 연봉, 소수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많이 보고 많이 개선해 왔다. 중소 식품기업으로 한정해서 볼 때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외형을 늘리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추진 전략 등 대형 국가 프로젝트 안에서 고민하며 커 나가고 있다.
올해도 역시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여러 가지 좋은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름도 외우기 힘든 그 수 많은 사업에 '프로크루스테스'와 같이 조직의 규칙에 얽매여서 중소기업이 가진 애로(隘路)를 못들은 채, 또는 귀를 틀어막고 조직이 원하는 바람직한(?) 하나의 결론만을 내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최근 경기지역 모 중소기업에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 '찾아가서 도와주는 기술닥터' 사업을 안내하고 그 신청 및 진행 과정을 보면서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 사업과 차별화된 '기술닥터' 사업은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별 애로사항에 초점을 맞추어 마치 의사가 몸에 필요한 영양제를 처방하여 치료하듯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탑재했다. 2009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된 이 사업은 무엇보다 번개처럼 신속한 업무처리, 친절한 응대, 담당 연구원의 현장 애로 직접 청취와 해결방안 공동 모색, 소속 기술닥터의 프로다운 전문성 등 신청 기업의 입장에서 부족함이 없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경기도 소재의 제조 기업이라면 자부담 없이 간편하게 신청이 가능하다. 3단계에 걸친 점진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지원 규모 또한 상당하다. 이뿐 아니라 식품기업의 법적 요구조건인 영양성분 분석, 위해요인 검증, 천연식품의 화학적 위해요인 분석 등 중소기업의 시험분석비용을 대폭 줄여줄 수 있는 '단계별 검증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더 이상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어려운 기업을 조금이나마 돕는 입장에서 '찾아가서 도와주는 기술닥터' 사업을 운영하는 경기도에 크게 감사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이와 같은 지원사업들이 더욱 많이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 물리치지 못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혹독한 경제 여건 속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명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땀 흘려 일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그들만의 이상으로 지구별에서 우뚝 서는 그날까지, 국가도 대기업도 대학도 각 중소기업도 서로 돕고 함께 승리하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김웅 한국식품위생교육원 원장(식품·포장·공장관리 기술사)·경기도 기술닥터
※해당 기고는 (재)경기테크노파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