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술 작가2
범준 유인술 작가가 자신의 책 '들쥐 강 건너다'를 앞에 놓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20.10.7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독서감상문 대회 시상식 함께 개최
청소년 공모 독후감 읽고 많은 감동
옥탑방 살면서도 장학금 등 선행도

지난달 26일 광주에 소재한 영은미술관에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들쥐 강 건너다'의 작가 유인술(79) 선생의 출판기념회 겸 범준유인술장학회 주최 '제1회 독서감상문대회 및 인터넷백일장' 시상식이 열렸다.

유 작가가 몇 해를 고민하고 기획한 끝에 결실을 맺은 이번 행사는 미래세대를 향한 그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

유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 삶의 메시지가 있었다"며 "일일이 만나서 얘기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독서감상문대회가 떠올랐다"고 회상한다.

"전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쑥스럽지만 내 책을 읽고 자유롭게 감상을 적어 내도록 했다. 수백편의 공모작을 보며 내가 아이들을 위로하려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감동을 받고 있었다"는 그는 시상작을 추려 문집을 제작, 수상자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내가 걸어온 길에는 불을 밝게 비춰주는 누구도 없었다"며 "그저 타고난 대로 튼튼한 몸 굴리며 부닥쳐서 깨달은 삶의 지혜만이 나를 이끌어줄 뿐이었다"는 유 작가. 그래서 요즘처럼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위해 그동안 체득한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책(들쥐 강 건너다)에 담았다고 한다.

1942년 일본 병고현에서 출생한 그는 어린 시절을 경상도에서 보냈다. 6·25전쟁이 발발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초등학교에서만 5번의 퇴학과 입학을 반복했고, 주경야독하며 중·고교를 마쳤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유 작가는 자신처럼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을 잊지 않았고 20대에 뜻 맞는 이들과 힘을 합쳐 원화복지학원을 설립, 초대 원장을 맡기도 했다.

35년전 광주에 정착한 그는 류옵티컬(구 이태리안경) 안경점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는데 본인은 옥탑방에 살면서도 미래세대를 위해선 장학금을 내놓는 등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외손자'란 수필로 등단한 문인이자 지난해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유인술의 시선'이란 전시회를 열며 미술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상대적 빈곤'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며 "내 글을 읽고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삶의 이정표가 됐노라'고 말해 준다면 너무 행복하고 보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