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입구 발견후 묻어둔 '땅굴'
일제조병창 있던때부터 존재 추정
근현대 아우르는 '군사유적' 가치
인천시, 문화재청등 시설조사중
인천시가 80여년 동안 출입이 통제됐던 부평미군기지(캠프 마켓) 담장 일부를 지난 6일 허물면서 시민에게 개방할 날이 가까워졌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평미군기지 땅굴(2014년 10월 21일자 1·3면 보도='일본육군 조병창 땅굴' 부영공원내 존재 확인)의 비밀이 80년 만에 풀릴지도 관심이 쏠린다. 땅굴은 6년 전 입구 쪽만 발견됐다가 현재 그대로 묻어둔 상태다.
부평미군기지 땅굴은 현 캠프 마켓 옆에 있는 부영공원에서 2014년 10월 토양오염 정화에 앞선 문화재 시굴조사 과정 중 출입구가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부영공원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 조병창에 이어 미군, 한국군이 1990년대까지 주둔하다 2000년대 초반 공원으로 바뀌었다.
땅굴 출입구는 높이 2m, 폭 7m 규모로 2014년 문화재 조사 이후 다시 흙으로 덮었다. 지난해 말 미국이 캠프 마켓 일부 등 미군기지 땅을 반환한 후 올해 4월 인천시 관계자들이 6년 만에 땅굴 내부를 잠시 살피기도 했지만, 안전문제 등으로 자세히 조사하진 않았다.
이 지하시설물은 1930년대 말 일본이 부평 일대에 군수공장인 조병창을 운영했을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조병창에 강제동원됐던 사람들이 '완성된 총과 칼을 지하벙커에서 검사했다'거나 '당시 땅굴이 여럿 있었다'고 구술한 내용을 담은 논문이 나오는 등 여러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일제가 부평에 조병창을 건설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적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습에 대비한 지하시설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크다.
땅굴의 규모도 아직 베일에 싸였다. 부평 함봉산 일대와 과거 일본군이 주둔했던 다른 군부대에서도 땅굴이 발견됐고, 부평 향토사 연구자들은 캠프 마켓 내 개방되지 않은 지역에 땅굴이 여럿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들 지하시설물이 이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4월 인천시 관계자들이 땅굴 출입구에 들어갔을 때는 내부에 차량이 오간 것으로 보이는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고, 80년대에 생산한 컵라면 용기나 각종 음식물 포장지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1990년대 한국군이 주둔할 당시 땅굴에서 예비군훈련을 받았다는 주민 증언도 있다.
부평미군기지 땅굴이 일제강점기에 조성돼 미군과 한국군까지 사용했다고 확인된다면, 근현대를 아우르는 군사유적으로서 가치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일본군, 미군, 한국군이 주둔했었다는 점에서 국제전쟁사를 보여줄 유적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현재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캠프 마켓 내부 건축물 등에 대한 유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평미군기지 땅굴은 그 중요성을 고려해 별도의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지하시설물만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캠프 마켓과 인근 지역 지하시설물은 계획을 수립해 용역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며 "아직은 언제 조성됐는지, 규모와 용도 등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보존·활용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