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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어느날 과천에서 지인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과천에 전세를 살며 고등학생인 자녀를 키웠고, 워킹맘으로 과천에서 일하고 있다. 소소한 점심이 기억에 남게 된 건 그의 과천 자부심 덕분이다. 그는 과천을 '과촌(果村)'이라 불렀다. 기자도 과촌이란 말을 익히 들어왔다. 이웃한 도시에서는 과천의 인구가 워낙 적은 것을 놀리며 도시가 아니고 시골이라는 비꼼으로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그가 소개한 과촌은 전혀 달랐다.

그는 도시로서 생활편의시설을 잘 갖추었으면서도 시골에서나 느낄법한 이웃 간의 정이 있다는 뜻으로 '과촌'을 말했다. "과천에는 아파트 단지 간 담벼락이 없답니다. 길을 가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주인을 찾아주고 밤 12시에 조깅을 하러 나가도 무서울 이유가 없답니다. 백화점, 큰 병원 하나 없지만 삶의 만족도가 높은 배경이죠." 곧이어 그의 자부심은 정부과천청사 부지 4천호 주택 건설 문제로 이어졌다. "과천에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우리는 과촌을 잃을까 두려워요. 아무래도 문화가 바뀔테니까." 기자는 그날 '정부과천청사 사수' 여론을 님비가 아닌 '이유있는 반대'로 이해했다.

시민들은 8월4일 이후 두 달째 끊임없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자기 발목을 잡는 곳까지 이어지고 있다. 4천호의 기반시설을 막기 위해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보완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하수처리장 이전증설 반대로 이어진다.

이 같은 주장은 과천시 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과천은 재건축이 한꺼번에 진행 중에 있고 이를 반영해 현재 3만t규모의 하수용량을 4만4천t으로 늘리는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환경부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4만4천t을 승인하기 전에 과천지구가 터졌고 이어 정부청사 이슈까지 더해지자 과천시는 현재 과천시만큼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하수처리계획을 못 세우는 상황이다.

민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과천사람들에게 과천이 어떤 곳인지를 엿보면서 안타까움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천민심이 원하는 것이 생활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아닐테다. 보다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