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401000578400028011.jpg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13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응급실 입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평생 사죄하고 또 사죄하면서 살겠다."

올해 5월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확산 때 역학조사에서 직업과 동선 등을 속여 '7차 감염'을 일으킨 인천 학원강사 A(25)씨. 그는 지난달 15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제 말 한마디로 이렇게 큰일이 생길지 예측하지 못했다"며 "'죽어라'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울먹였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판사가 A씨의 왼팔 곳곳에 난 상처를 보고 "손은 왜 그렇냐"고 물었는데, A씨의 변호인은 "자해를 했다"고 답했다. A씨의 변호인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자해를 하고 있고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인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판사도 "시간이 다 지나고 했으니 너무 자책은 하지 말라"고 A씨에게 당부했다.

이처럼 A씨는 재판 과정 내내 후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그의 거짓말은 너무 많은 사회적 손실을 불러일으켰고 시민의 안전을 해쳤다. 결국 A씨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역학조사를 방해한 수준 이 심각할 경우,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A씨는 올해 5월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초기 역학조사 때 직업을 속이고 일부 이동 동선을 고의로 밝히지 않은 혐의(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학원강사인 신분을 숨기고 "무직"이라고 거짓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보습학원에서 강의하거나 연수구의 한 가정집에서 과외 교습도 했지만, 방역 당국에 이 사실을 숨겼다.

A씨는 앞서 같은 달 2일 서울 이태원과 포차(술집) 등지를 방문했고, 다음 날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게서 시작된 전파로 '7차 감염' 사례까지 나왔고, 관련 확진자는 60명이 넘었다.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했다가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인천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3차례에 걸친 역학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의 직업, 이동 동선 등에 관해 20번 이상 거짓을 진술하거나 사실을 누락·은폐했다"며 "피고인의 거짓 진술이 적발된 시점인 5월 12일까지 피고인과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자가격리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고, 60여명에 이르는 사람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겪어야만 했던 공포심과 두려움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자신의 범행을 일부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직 20대의 비교적 어린 나이로 이 사건 범행과 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며 "피고인이 이 법정에 이르러서는 모든 범행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