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교과서 점유율 1위 출판 기업인 천재교육의 총판(대리점)이 일선 교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등 자사 교과서를 채택시키고자 부적절한 영업(10월 8일자 1면 보도=교과서 점유 1위 천재교육 총판 교사 상대 부적절한 영업했다)을 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천재교육 본사 직원이 해당 총판에 파견돼 함께 교과서 영업을 한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동안 총판의 교과서 채택 영업과 관련한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해 온 본사 측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으로, 총판의 영업에 본사가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11일 경인일보가 천재교육 A총판(현재는 폐업)으로부터 입수한 영업자료에 따르면 이 총판은 교과서 채택 영업의 한 방편으로 일선 교사들의 자택을 찾아가는 '가정방문 계획표'를 작성했다.
계획표에는 교사의 이름, 학교명, 집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화장품 SET'(선물), '막걸리 좋아함' 등 특이사항까지 적혀있다. 해당 자료 상단에는 담당자 이름이 기재됐는데, 이상한 점은 총판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닌 본사 소속 직원 B씨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B씨의 이름은 '고등 총판별 학생수 현황' 자료에서도 추가로 나타난다. 이 자료는 A총판 관할 고교의 담당자와 영업 진행 상황 등이 쓰여있다. B씨는 총 29개 학교 가운데 14개 학교의 담당자란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담당한 학교의 영업 진행 상황에는 '자사 자료 및 만족도 높음, 지속적인 영업 진행 중', '천재 저자 1명, 검토 2명, 지속적인 영업 진행 중' 등 의견도 적혀있다.
A총판의 대표였던 C씨는 "본사 직원을 총판에 파견해 교과서 영업을 시킨 본사가 이제 와서 총판의 독자적인 영업이었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본사 직원은 100% 본사의 지시에 따라 총판에 상주하면서 영업을 했고, 총판은 이에 협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본사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이에 대해 "그 당시 파견 형태로 총판에 가 학교에 들어간 건 맞다"면서도 "내 이름이 적혀있긴 하지만 (이름이 적힌) 자료를 직접 쓴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본사 측은 이 같은 영업 자료를 B씨가 작성한 것인지 여부와 총판에 본사 직원을 파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