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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총판으로부터 입수한 교사 가정방분 계획표 자료. 교사의 이름과 학교명, 주소, 전화번호, 특이사항 등이 적혀 있다. 자료 오른쪽 상단에는 담당자 이름이 기재됐는데, 본사 소속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10.11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초·중·고교 교과서 점유율 1위 출판 기업인 천재교육의 총판(대리점)이 일선 교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등 자사 교과서를 채택시키고자 부적절한 영업(10월 8일자 1면 보도=교과서 점유 1위 천재교육 총판 교사 상대 부적절한 영업했다)을 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천재교육 본사 직원이 해당 총판에 파견돼 함께 교과서 영업을 한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동안 총판의 교과서 채택 영업과 관련한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해 온 본사 측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으로, 총판의 영업에 본사가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11일 경인일보가 천재교육 A총판(현재는 폐업)으로부터 입수한 영업자료에 따르면 이 총판은 교과서 채택 영업의 한 방편으로 일선 교사들의 자택을 찾아가는 '가정방문 계획표'를 작성했다.

계획표에는 교사의 이름, 학교명, 집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화장품 SET'(선물), '막걸리 좋아함' 등 특이사항까지 적혀있다. 해당 자료 상단에는 담당자 이름이 기재됐는데, 이상한 점은 총판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닌 본사 소속 직원 B씨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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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한 총판 창고에 보관중인 천재교육 교재들. /경인일보DB

B씨의 이름은 '고등 총판별 학생수 현황' 자료에서도 추가로 나타난다. 이 자료는 A총판 관할 고교의 담당자와 영업 진행 상황 등이 쓰여있다. B씨는 총 29개 학교 가운데 14개 학교의 담당자란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담당한 학교의 영업 진행 상황에는 '자사 자료 및 만족도 높음, 지속적인 영업 진행 중', '천재 저자 1명, 검토 2명, 지속적인 영업 진행 중' 등 의견도 적혀있다.

A총판의 대표였던 C씨는 "본사 직원을 총판에 파견해 교과서 영업을 시킨 본사가 이제 와서 총판의 독자적인 영업이었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본사 직원은 100% 본사의 지시에 따라 총판에 상주하면서 영업을 했고, 총판은 이에 협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본사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이에 대해 "그 당시 파견 형태로 총판에 가 학교에 들어간 건 맞다"면서도 "내 이름이 적혀있긴 하지만 (이름이 적힌) 자료를 직접 쓴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본사 측은 이 같은 영업 자료를 B씨가 작성한 것인지 여부와 총판에 본사 직원을 파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