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은 주역의 '생기복덕'에서 유래했다
풍수지리따라 주거 정해야 복·덕 믿음때문
요즘 11억원 아파트 중개수수료만 1천만원
집값연동 탓 폭등세… 요금체계 개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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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니 익숙하던 풍물과 풍습들이 사라져도 놓치기 십상이다. 동네 어귀 혹은 후미진 골목길을 지키던 복덕방이 그중 하나이다. 마을 어르신들의 봉놋방이었으나 외지에서 온 나그네들의 길잡이이자 어두운 밤길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었다. 반투명의 얇은 양면괘지 사이에 먹지를 대고 작성한 부동산 거래계약서는 새털처럼 가벼웠지만 은은한 묵향(墨香)이 한층 가치를 더했다.

우리 조상들은 집터와 묏자리를 정하는데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사 날짜는 무조건 '손 없는 날'로 정하는데 이날은 사방에 잡귀들이 없어 아무 곳으로 가도 탈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옥을 소개해 주고 구전을 받는 복덕방(福德房)은 주역(周易)의 생기복덕(生氣福德)에서 유래했다. 풍수지리에 따라 주거를 정해야 복(福)과 덕(德)을 얻는다는 믿음의 소치이다.

언제 복덕방이 출현했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송종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은 조선일보의 종합잡지 '조광(朝光)' 1937년판을 근거로 구한말에 몰락한 3명의 노인들이 생계유지 목적으로 가옥중개업을 시작한 것이 효시라고 주장했다. 조선후기 서울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거래가 빈번해지고 이를 계기로 가옥매매를 알선하는 복덕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이다.

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들이 잇따르고 있다. 손님들은 "등기확인에다 집 보여주고, 계약서 날인에 입회하는 것이 고작인데 수수료가 보통 몇 백만원"이라며 소태 씹은 표정이다. 서울에서 11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면 중개수수료만 1천만원인 것이다. 이 아파트를 2017년에 구입했더라면 중개료는 200만원이었다. 당시 시세는 5억5천만원으로 수수료율이 0.4%였으나 지금은 시세가 급등해 0.9%(9억원 이상)로 높아진 때문이다. 복비가 3년 만에 무려 5배나 폭등한 사례이다. 수수료가 집값에 연동되는 구조인 탓이다.

10억원이 넘는다고 큰 평수의 고급 아파트라 판단하면 오산이다. 지난 8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9억8천500만원으로 10평대 소형아파트의 호가가 5억~6억원인 지역이 대부분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 동안에 서울 전체 집값은 34% 올랐으며 특히 아파트값은 53%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들도 할 말이 많다. 거래 절벽에 규제까지 겹쳐 생존권이 위협받는 처지에 정부가 공인중개사 없이도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속도가 빨라지고 전·월세 전환율 하락으로 중개료가 최소 50% 이상 떨어져 채산성도 악화되었다며 선진국 수준으로 요율을 대폭 올리거나 미국, 유럽처럼 중개료 자율화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을 기준으로 한 최고 중개요율은 매매 0.9%, 임대차 0.8%로 경쟁국들에 한참 못 미친다. 집값 기준 미국 3.5~6%, 캐나다 3~7%, 영국 2~3.5% 등인데 중개료는 매도인 혼자 부담한다. 프랑스(3~10%)와 독일(3~6%)은 매도인과 매수인 합의로 결정하나 나라마다 중개서비스의 종류나 품질이 달라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미국은 수수료는 비싸지만 법인 형태의 중개회사가 부동산컨설팅, 세무회계, 법률, 건축 등 원스톱 제공에다 중개물건 하자에 대한 책임에도 철저하다. 회사 직원인 각 분야 전문가들이 분담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케이스별 소요비용은 한국보다 저렴하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중개사고 배상액은 중개업소당 1억원(법인 2억원)이어서 실제상황에서는 조족지혈(?)인데다 중개업체들은 중개물건 하자에 대한 책임도 거의 지지 않는다. 정부의 부동산 거래시스템 개편 방침에 10만6천여개 중개업의 공인중개사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생존권투쟁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성비 나쁜 요금체계는 중개업소는 물론 내수경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주택 매매와 임대 사이의 수수료 역전(逆轉) 문제까지 불거지는데 공인중개사제 도입 36년 동안에 수수료체계 개편은 2000년과 2015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