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산 다이어트제 효과 없어
작년 3119건… 1년새 7배 늘어
상품 상세 확인 지침 필요 지적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 사는 A(26)씨는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서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A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명이 넘는 인플루언서 B씨가 상품 사진과 함께 "저렴한 가격대에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 식욕 억제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해 철석같이 믿고 샀지만 효과는 없었다. 심지어 아마존 등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3배 넘는 비용으로 판매하는 것을 확인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A씨는 B씨에게 항의했으나 "이미 먹은 건 환불 해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유명인이 해당 제품을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전후 사진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해 큰 기대를 안고 샀던 것"이라며 "당시 성분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아서 상품을 받고 일일이 확인해보니 식욕 억제 성분은 없었다"고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 힘 강기윤(창원 성산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사이버조사단 식품 허위·과대광고 적발 현황'에 따르면 적발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허위·과대광고가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 사례는 2018년 3만1천577건, 2019년 4만5천150건으로, 이 중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판매한 사례가 2018년 446건에서 지난해 3천119건으로 증가했고 네이버, 쿠팡 등 쇼핑몰·오픈마켓도 같은 기간 1만7천324건에서 3만5천65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식약처는 작년부터 지난 7월까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는 허위·과장 광고 1만4천170건을 적발했으나 상습적으로 허위·과장 광고한 업체를 대상으로 단 한 건의 행정 처분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식약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SNS 플랫폼 업체와 함께 인터넷 판매 상품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사회적 공신력을 가진 판매자들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지난해 유명 쇼핑몰을 운영하는 임블리가 '호박즙 곰팡이'를 판매해 제품 안전성 등 논란이 잇따랐던 게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SNS를 통한 상품 구매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찾아 실물을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광고를 접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상품 설명과 제조기간 등 필수 정보를 명시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