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人口調査)는 국가가 인구와 가구 수를 총 집계(전수조사) 하는 일이다. 한반도에는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인구조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3년에 한 번씩 정교한 인구조사를 했다는 신라 문서가 전해진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가 15~31일 17일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정 시점에 한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인구·가구·주택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한다. 5년마다 연도 숫자가 0, 5로 끝나는 해에 실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방식이 원칙이나, 표본조사(20%) 대상에 해당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설문한다.
조사는 인구·가구·주택 등 분야 55개 항목이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질문 내용이 첨삭(添削)된다. 개인 신상을 구체적으로 묻다 보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자존심을 건들고 열 받게 하는 문항도 있다. 조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적어내는 항목이 있었다. 손자는 물론 본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문제는 온라인의 경우 여기에 답을 하지 않으면 다음 순서로 넘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왜 할아버지 결혼기념일을 국가가 알아야 했는지 궁금했는데, 2015년 조사부터 사라졌다.
조사대상의 사생활 침해 논란도 여전하다.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밤 시간대 낯선 남자의 방문은 당혹스럽다. 그리고는 '왜 혼자 사느냐, 언제부터 혼자냐'는 문항을 들이대는 건 대체 어쩌자는 건가. 늦은 밤, 후미진 골목길을 가야 하는 여성 조사원은 강력 범죄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문전 박대에, 맹견에 물리거나 혼쭐이 난다. 일부 남성 조사원은 여자 가족과, 여성 조사원은 든든한 남자 가족과 함께 다니기도 한다.
올해 조사에는 2개 항목이 추가됐다. 처음으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문항이 등장했다. 이제 동물도 가족이다. 1인 가구 사유와 혼자 산 기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민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다. 정확한 주택·인구 통계는 국가 운영의 기본자료다. 하지만 질문 내용에 대한 의문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는 조사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조사방식과 내용이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들이다. 통계청은 여전히 숙제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