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못해
단축근무·무급휴직 등 선택 강요
코로나19 타격 불구 고용청 '뒷짐'
인천공항 대기업 면세점에서 일하는 파견직원 A씨는 지난 4월까지 항공편 축소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인해 단축 근무를 시행하던 중 회사로부터 "단축근무, 무급휴직, 권고사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A씨는 파견직원이다 보니 정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자격이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었다.
A씨는 "당장 생계가 어려워 단축근무를 하려고 해서 따져보니 월 급여가 30만~40만원 정도인데, 차비, 식비를 제외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권고사직하면 재취업이 어려울 것 같고, 이 상황이 몇 달 안에 끝날 것 같지도 않아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상당수가 고용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소속으로 비행기 기내 청소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B씨는 코로나19로 무기한 무급휴직에 서명하거나 희망퇴직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 중 6명은 무기한 무급휴직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지난 5월11일 정리해고 됐다.
이들은 7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회사는 눈 하나 꼼짝 안 하고, 회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청도 두 손 놓고 있다. 부당해고 판결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어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해고자들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을 하던 중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2주기를 맞는 12월10일까지 전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는 성명서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고용관계가 불안정하거나 사업체 규모가 영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와 권고사직, 무급휴직 등 코로나19 후폭풍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라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장 안팎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일해도 월 30만~40만원… 막막한 비정규직
입력 2020-10-15 21:39
수정 2020-10-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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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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