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기본적으로 재충전하는 공간
부의 척도·재테크 수단 의미 변화
집값·전월세 가격 계속해서 올라
패닉바잉 '지금 안사면 못사' 불안
'나의 집' 여유가 삶의 목적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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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우리 삶에서 '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집'을 떠올리면 유년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부터 시작해서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처음으로 혼자 살았던 집, 결혼한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렸던 집, 그 이후 전셋값에 맞춰 1년에 한 번씩 이사 다녔던 수많은 집들을 순차적으로 기억해 내곤 한다. 각각의 집에 살았을 당시 나에게 중요했던 의미들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내 삶의 큰 변화마다 집도 함께 위치와 형태가 바뀌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집'은 내 삶의 형태에 맞게 함께 변화하는 '공간'이었다.

'집'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안식처로 존재해 왔다. 그런 의미라면 편안하게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이면 충분할 테지만, 이제 집은 '공간'의 개념을 넘어 부의 척도이자 재테크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오래전부터 정부정책의 주요 목표였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만 간다.

최근 무주택 서민들이 청와대에 '집값. 전셋값 원상회복시켜라'라는 타이틀로 국민청원을 제출한 상태다.(2020년 10월14일) 현 정부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인상, 세입자들에 대한 임대차 3법 등 집값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전월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전세가 사라지고 반전세로 전환되는 곳이 많아지면서 세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일선에서는 정부의 잦은 개입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집값이 상승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불안 심리는 확산된다. 이러한 심리는자꾸만 오르는 집값에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2030세대의 패닉바잉 사태까지 보태져서 중저가 주택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재 부동산 문제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그림책 '나의 집'(다비드 칼리 글.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봄개울)은 '집'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나한테 딱 맞는 집을 찾는 일이 나는 항상 어려웠어. 어떤 지역에 살까? 어느 도시에 살까?… 사람들은 모두 '나만의 집'을 찾아다녀. 그렇지?'

그림책 속 주인공은 바닷가 마을의 작고 허름한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청년이 되어서는 조금 복잡한 소도시로 이사를 가고 점점 성장하면서 대도시로 집을 옮겨 다니며 본인에게 꼭 맞는 집을 찾고자 애쓴다. 그러다 왜 꼭 나만의 집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몇 년 동안 집 없이 세계를 무대로 옮겨 다닌다. 노년기가 되어 마지막에 그가 선택한 그에게 딱 맞는 집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바닷가의 허름하고 작은 바로 그 집이었다.

집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사회·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을 재산증식의 도구로 보고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집은 우리의 안식처가 아닌 우리의 영혼을 가둬버리는 높은 벽이 될 수도 있다.

부와 명예,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갖게 된 그가 마지막에 선택한 집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바닷가의 작고 허름한 집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우리가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에 있지 않고 편리함과 화려함보다는 유년시절의 향수, 여유로움, 단순함이 오히려 우리 삶의 목적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