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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괴짜인지 미친 건지 구분이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얘기다.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 대선 유세에서 "(대선에서 패할 경우) 아마도 나는 이 나라를 떠나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단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서 선거에 패하면 나라를 버리겠다니, 한국 상황이라면 당장 후보직을 사퇴해야 할 망언이다.

미 언론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보지만, 그만큼 판세가 불리한 반증이다. 마스크를 쓴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조롱하며 '노(No) 마스크' 유세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 망조가 들었다. 서둘러 퇴원해 유세를 재개했지만, 여론은 슈퍼감염자로 낙인 찍었다. 재임 중의 모든 무책임한 언행을 감염 이후의 무책임한 유세 행보로 증명했다. 트럼프의 적은 트럼프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현지시간 11월3일)의 핵심 선거 이슈는 트럼프에 대한 찬반이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으로 대선후보 토론도 한 차례에 그쳤다. 트럼프에 대한 열혈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온라인에서 서로 조롱하고 증오하며 정책과 비전 등 전통적인 선거 캠페인을 외면한다. "나라를 떠날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없는 나라를 상기시키는 극단적 메시지다. 미국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분열 중이다.

트럼프의 성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할수록 그의 선거 캠페인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미 우편투표 부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대선 불복 의사도 밝혀 놓았다. 바이든 아들의 마약·섹스 동영상과 외국기업과의 정경유착 메일이 담긴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보도되는 초대형 스캔들도 터졌다. 이 스캔들과 관련해 음모설이 낭자하다.

민주주의 가치를 보여주던 미국 대선이 삽시간에 후진국 선거로 전락한 모습이다. 여론조사는 트럼프에게 불리하지만,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간접선거 방식은 트럼프에게 재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기이한 지도자와 선거제도가 초강대국 미국을 흔들고 있다. 지도자 리스크에 시달리는 나라들의 국민들이 미국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