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란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기관운영업무추진비와 시책추진업무추진비로 나뉜다. 1993년 이전까지 '판공비'로 불렸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참치를 즐겨 먹고, 윤화섭 안산시장은 한우식당을 자주 찾는다. 경기도내 시장·군수들의 업무추진비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관련 자료를 입수해 공개했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지난 2년간 경조사·직원격려금으로 161차례 현금 5천800여만원을,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비슷한 기간 106차례 현금 5천880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 올 상반기 식사와 술자리 모임을 자주 가졌다. 올해 초부터 7월까지 여럿이 모인 장소에서 152차례 업무추진비를 결제한 것으로 집계됐다. 4성 장군 출신인 백군기 용인시장은 장어집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업무추진비를 직책급·정원가산·기관운영·시책추진·부서운영·의정운영 등 공통 업무추진비로 분류하고, 지침에 따라 편성·집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용 기준이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지방의회 행정감사 때마다 과다 집행과 부적절 사용 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신용카드 사용이 원칙이지만 현금 지출도 가능해 단체장의 비자금으로 쓰인다는 지적이다.
판공비로 불릴 당시,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 규모와 사용처는 대외비였다. 어디에 얼마만큼 쓰이는지 몰라 단체장의 '쌈짓돈'이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2000년대 초부터 업무추진비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고 연간 사용규모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 권력기관의 업무추진비 예산과 사용처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다.
업무추진비는 '일 열심히 잘하라'고 준 공적 자금이다. 과다 사용도 잘못이지만 너무 안 쓰는 것 역시 직무유기란 지적을 받는다. 문제는 상식선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는데, 기관장이 값비싼 음식점에서 모임을 하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사업가 출신 수원시장이 지출 결재를 받으러 온 간부 공무원에게 일갈했다. "만약 당신 돈이라면 이렇게(쓸모없는 곳에) 쓰겠느냐"고. 업무추진비도 마찬가지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