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설, 배수구·소독설비 등 자체판단으로 생략·대체 가능
상당수 실질적인 변화 없을듯… '위생·안전 강화 취지' 빛바래


안산 유치원 장출혈성대장균 집단감염 사태 이후 정부가 유치원 급식 위생·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내년 1월30일부터 유치원에 적용되는 학교급식법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입법 예고한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은 유치원을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위생·안전 관리의 기본인 급식시설에 대한 기준 등이 예외조항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돼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미 급식시설 설비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학교의 경우 공간구획만 해도 잘 관리되고 있다며 유치원도 예외조항에 따라 공간구획 정도만 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안에는 유치원 급식에 대해서도 초·중등학교의 급식운영에 적용한 급식시설의 세부기준, 식재료의 품질관리기준, 위생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규칙 시행 이전부터 설립·운영 중인 유치원의 경우 위생·안전관리에 위해를 주지 않는 일부 시설 기준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배수구 설치를 생략할 수 있고, 신발 소독 설비 대신 조리장 전용 신발을 비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판단, 예외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다만 현재 급식시설이 개정안을 따라 변경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여부는 유치원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더불어 기존 학교급식법에 명시된 '구획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다만 부득이하게 별도 설치하지 못할 경우', '공간이 부족한 경우' 등의 예외조항이 상당수 유치원에 해당 돼 실질적으로 변화되는 부분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예외조항을 두면서 '다른 조치', '필요한 조치' 등 대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했지만, 그 기준과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사실상 유치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처리하면 그만인 셈이다.

교육부는 상당수 유치원이 예외조항에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개정안 시행 전 구체적으로 별도의 유치원에 맞는 위생관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의 급식시설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추가로 시설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급식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면 그대로 운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공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